성인도 예외 없는 ADHD, 약물·행동 치료로 삶의 질 높이세요

박정렬 기자 2021.06.04 16:35

#37. 이종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종일 원장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기획 곽한솔 kwak.hansol@joins.com
 

어린아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성인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실수가 잦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단순히 성격·습관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ADHD는 혼자 힘으로는 이겨내기 어려운 정신 질환입니다. 약물·행동 교정 등 전문적인 치료와 함께 환자 본인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번 닥터스픽에서는 이종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종일 원장과 함께 성인 ADHD의 특징과 치료방법을 알아봅니다.

 

▶어떨 때 성인 ADHD를 의심해야 하나요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은 집중력 부족과 충동성 등 두 가지입니다. 집중력이 부족하면 정리정돈과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물건을 잘 잃어버립니다. 계획을 세워도 실제로 이를 실천하거나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업무·학업 성취도 역시 낮은 편이죠. 충동성은 계획성 없는 행동이나 잦은 이직, 충동구매, 난폭운전이나 교통위반, 갑자기 화를 내거나 반항적 행동 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ADHD를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과 행동들이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학업이나 사회생활, 대인관계 등 일상 전반에서 꾸준히 반복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ADHD의 가능성을 꼭 의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가정에서 ADHD 여부를 확인할 수 있나요?
스스로 ADHD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가진단 척도인 ‘ASRS(Adult ADHD Self-Report Scale)’가 있습니다. ASRS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축이 돼 개발한 성인 ADHD 진단 도구로서 총 18문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문항마다 0점(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4점(매우 자주 그렇다)으로 각각 점수를 부여하며, 가중치가 적용돼 동일한 빈도라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항이 구분돼 있습니다. 첫 6개 문항에서 증상의 빈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문항이 4개 이상이거나 ▶전체 문항의 절반 이상이 증상의 빈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될 때 ▶총점이 32점 이상이면 성인 ADHD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무 시간에 5분마다 핸드폰을 보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주제에 벗어나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저 자신도 업무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고 느껴지는 데요, 저도 성인 ADHD일까요?
설명하신 증상들은 성인 ADHD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맞습니다. 그러나 성인 ADHD 진단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증상뿐만 아니라 병력 상에서도 진단기준에 맞아야 합니다. 제시하는 증상들은 성인 ADHD를 비롯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조울증, 내과질환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은 신중하게 어린 시절부터의 병력을 조사하고, 현 증상을 평가하며, 필요한 검사들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울증의 원인이 ADHD일 수 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ADHD와 우울증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나요?
우울증과 ADHD는 공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일 때는 집중력 저하 등 ADHD와 유사한 증상이 일부 나타날 수 있으며 ADHD 또한 우울증을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과 질환의 중등도에 따라 치료 전략과 순서 등은 차이가 있습니다. 두 질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전문가와의 면담을 통해 자세한 병력을 조사하고, 필요한 검사를 진행해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야 합니다.

 

▶예전부터 경미한 불안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성인 ADHD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나요?
불안 장애가 ADHD로 진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ADHD 환자는 주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추가로 불안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흔한 형태로는 일상적인 사건 혹은 행동에서 과도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사회 불안 장애와 범불안 장애가 있고, 반복된 실수로 인한 두려움에 강박 불안이 생기기도 합니다. 공황장애 또한 ADHD로 인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성인 ADHD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성인 ADHD는 극복 가능한 질환입니다. 특히, 약물치료 시 성인 ADHD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를 평가하는 모든 지표가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70~80%의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고, 10% 정도는 눈에 띄게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 효과가 부족한 경우는 5% 내외에 불과합니다. 제가 본 환자들도 “치료를 받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집중을 위해 얼마나 많은 체력을 쏟았는지 깨달았다” “일반인들은 이렇게 집중하기 편안하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합니다. 성인 ADHD는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ADHD 환자도 약물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할까요?
‘정상’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동안의 진료 경험에 비춰볼 때 수많은 환자가 약물치료로 종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인관계 개선과 업무 수행 능력 향상은 물론 범죄·사고의 위험을 낮추는 ‘안전벨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ADHD 치료의 핵심은 ‘지속성’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제처럼 꾸준히 복용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증상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언제 치료를 시작하느냐보다도 적극적으로, 꾸준하게 약물·인지행동 치료, 정신상담치료 등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누구든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ADHD 치료제는 무엇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성인 ADHD 치료제는 중추신경계 자극제인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계열의 약물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차단제 등 두 가지입니다. 이 중에서도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됩니다. 12시간 지속형과 8시간 지속형이 있는데, 약물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간 효과가 지속하는 약물이 많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환자의 생활 패턴과 치료 목표에 따라 약물과 용량, 복용 시간 등을 결정합니다. ADHD 치료제는 성분과 용량 등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드는 편입니다. 약물 선택 시에 기저질환 혹은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물이 있다면 주치의에게 바로 알리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3년 전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한데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까요.
우울증과 같은 동반 질환이 있으면 ADHD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고, 최적의 치료 약물과 용량을 충분히 복용하였는지, 다른 질환 때문에 ADHD와 같은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체계적인 면담과 검사를 진행하고, 동반 질환이 있다면 이를 함께 치료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체질적으로 약물 효과가 작은 경우라면 인지행동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시간·일정 관리를 위한 수첩 사용, 집중력 향상을 위한 명상 등 ADHD 환자에게 필요한 사고·행동방식을 교육하는 치료입니다. 일반적인 인지행동치료가 ‘교정’의 목적으로 수행되는 것과 달리, ADHD 환자는 ‘학습’을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를 찾는 게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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