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혈변 보나요? 치질로 속단하지 마세요

김선영 기자 2016.12.20 09:05

대장암·대장 용종·염증성 장질환도 혈변 일으켜

김모(59)씨는 2년 전부터 대변을 보고 나면 가끔씩 출혈이 있었다. 치질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최근 들어 출혈이 잦아지고 소화도 잘 안 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대장암 초기로 진단돼 복강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었다.

 

 

 

겨울철 치핵(치질) 환자가 늘고 있다. 치핵은 혈변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혈변을 보게 되면 단순히 치핵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핵 외에도 대장암과 함께 게실염, 대장 용종, 염증성 장질환이 혈변을 일으킬 수 있다. 출혈의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 이유다.

 

50대 이상, 배변습관 달라졌다면 내시경 고려

 

최근 국내에서 혈변이 있어 대장 내시경을 시행한 3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68%가 치핵을 앓고 있었다. 29%에서는 대장 용종이 동반됐고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 용종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10%나 됐다. 50세 미만의 젊은 혈변 환자 중에도 5%가 대장암으로 진단됐으며 23%에서는 선종(양성 종양)이 나왔다.

 

대장암은 대부분 대장 점막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대장 선종(용종)이 먼저 발생하고 선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식이다. 드물게 정상조직에서 바로 대장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치핵이나 혈변이 있다고 해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50세 이상, 체중 감소, 배변 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을 동반한 사람,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과 같은 위험 요소가 있을 때 선별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는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혈변의 원인이 대장암 같은 다른 질환에 있으나 추가적인 검사 없이 치핵 때문인 것으로 오해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든 치핵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나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라면 치핵 치료 전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조기에 대장암 발견하면 내시경으로 절제 가능

 

20~30대 젊은 사람이 혈변을 본다면 항문질환인 치핵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40대 이후 중·장년층은 이전에 없었던 치핵이나 혈변, 잔변감, 변비와 설사, 복통, 복부팽만, 체중 감소, 빈혈 같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반드시 대장암 확인을 위해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대장암으로 진단됐다면 치료는 중증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장 점막에 국한된 조기 대장암은 대장 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다.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했을 때는 대장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절제 범위를 결정한다.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통해 대장암 수술을 한다. 복강경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만 개복 수술을 시행한다.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수술을 하면 피부 절개를 최소화해 통증과 흉터가 적고 수술 후 회복속도가 빠르다. 김범규 교수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 선종(용종)이 자라서 발생한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5~50세 이상은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로 대장 선종 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대장 내시경은 비교적 안전한 검사다. 최근 들어 전처치를 위해 먹는 약(하제)도 과거에 비해 복용이 편해졌다. 양도 적어져 환자의 만족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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