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다양한 약리 반응을 통해 정신과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약한 악물인 술의 특성상 오남용으로 이어지기 쉽지만, 이 때 생기는 건강 문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 건강은 올바른 음주 문화로 완성된다. 연말을 맞아 알코올이 미치는 영향을 신체 부위 별로 소개한다)(도움말 대한보건협회,다사랑중앙병원)
[알코올과 건강] ④ 장
직장인 김장수(45)씨는 소문난 애주가다. 술자리가 있다면 직장이 있는 서울을 떠나 1~2시간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과음한 다음 날이면 항상 대변이 가늘고 묽게 내왔지만 "원래 그러려니"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건강검진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여러 개의 대장 용종이 발견됐다. 조직 검사 결과 '선종(대장암 전 단계 병변)'이었다.
연말이면 직장인들의 '속 건강'에 비상이 걸린다. 회식을 포함한 잦은 술자리로 위와 장이 비명을 내지른다. 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잦은 설사를 한다면 우선 장 건강을 점검해봐야 한다.
알코올, 체내 지방 저장 촉진해
음식물은 입부터 식도 → 위 → 소장 → 대장 순으로 이동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영양소의 소화·분해가 이뤄지는 곳이 소장을 포함한 장(腸)이다. 음식물을 작게 쪼개 내막을 거쳐 혈액으로 이동시키면서 생존과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알코올은 이 과정을 종합적으로 방해한다. 우선 소장, 대장의 점막에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융모가 위축되고, 장 내벽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영양소는 물론 수분과 전해질 흡수가 방해 받는다. 술을 마신 뒤 설사를 하는 이유다. 장내 정상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서 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복부 불편감이 지속되기도 한다.
이른바 '술배'가 나오는 것도 이유가 있다. 소장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효소(리파아제 등)를 분비해 지방을 분해하는 일이다. 하지만 알코올은 지방보다 먼저 흡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방 소화가 방해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은 지방 대사를 촉진하는간과 췌장의 기능을 떨어트린다. 체내 지방을 분해, 사용하는 능력이 동시에 줄면서 혈중지질과 체지방률은 높아진다. 대한보건협회
관계자는 "술은 근력, 근지구력, 근회복력, 집중력 등 운동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능을 떨어트린다. 알코올이 다이어트는 물론 심혈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음주 대장암 위험 10배 이상 높여
과도한 음주는 암 발생과도 연관돼 있다. 손상된 조직이 다시 재생하는 과정에서 세포가 과하게 증식되거나, 술에 든 독성물질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다. 실제 하루 80g 이상, 주 3회 이상 알코올을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 용종 발생률이 약 2.8배 높다는 연구가 있다. 하루 160g 이상 알코올을 꾸준히 섭취하는 사람은 비음주자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도가 10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 밖에도 음주로 인한 건강 문제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되도록 술을 멀리하는 게 가장 좋지만, 꼭 마셔야 한다면 표준잔(TIP 참고)를 토대로 자신의 주량과 알코올 섭취량, 분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연말연시가 되면 술자리가 늘어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아진다. 단 한 차례의 폭음으로도 소화기관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TIP. 연말 술자리, 이것만은 알고 가자! (도움말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
Q.마신 술의 알코올 양은 어떻게 계산하나?
"마신 술의 양(ml)X 알코올 도수(%)X 0.8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맥주 한 캔(500ml)을 마셨다면 알코올 양은 500ml X 4.5%X 0.8 = 18g이다. 소주, 맥주잔 등 주종별로 만들어진 '표준잔'은 한 잔에 든 알코올 양이 대략 10g으로 비슷하다"
Q. 알코올 분해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건강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알코올 10g을 분해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소주 한 병의 경우 약 6 표준잔으로, 분해하는 데만 6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Q. 적정 음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표준잔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4잔, 일주일 28 표준잔 이하, 여성은 하루 2 표준잔, 일주일 14 표준잔 이하를 적정 음주량으로 권고한다. 일주일 중 2회 이상 하루에 5 표준잔 이상 마시면 폭음으로 본다"
Q.음주로 인한 문제를 줄이려면?
"최대한 음주 속도를 늦추고 물을 많이 마시길 권한다. 마시는 술의 양의 3배 정도 물을 마시면 체내 알코올을 희석시켜주고, 포만감을 느끼게 돼 평소보다 술을 적게 마실 수 있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벽을 자극하고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켜 더 빨리 취한다. 반드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