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란 직장 부위에 고여 있다가 항문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배출되는 가스를 말한다.
방귀는 소리 없이 뀌는 도둑방귀, 참다가 실수로 뽀옹 나가는 방귀, 연달아 뿡뿡뿡 터져 나오는 방귀, 우렁찬 소리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대포방귀까지 각양각색이다.
냄새도 다양하다. 주변 사람들이 잘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없는 방귀도 있고, 너무 고약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게 만드는 방귀도 있다.
그런데 방귀 냄새가 심하거나 방귀를 많이 뀌면 장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방귀와 장 건강은 정말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방귀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마시는 공기가 위장, 소장, 대장을 거치면서 방귀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소화가 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가 대장내의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생긴 방귀의 주요 성분은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산소, 메탄 등인데, 이들은 실제로 냄새가 없다. 방귀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방귀 속에 포함된 지방산과 유황가스 때문이다. 지방산과 유황가스는 지방이나 단백질이 장내 세균에 의해서 분해되면서 생긴다.
즉, 먹는 음식물 중 채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방귀 냄새가 적게 나고, 기름진 고기성분이 많을수록 방귀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이다. 또는 이러한 가스를 만들어 내는 장내 세균의 숫자가 많을수록 냄새가 많이 날 수 있다.
항문에 바로 인접해 있는 직장에 대변이 차 있는 상태에서 방귀를 배출하는 경우에도 방귀 냄새가 지독할 수 있다. 방귀와 함께 대변 냄새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과식이나 소화불량 등으로 인해 충분히 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방귀냄새가 많이 날 수 있는데, 위나 소장에서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대장으로 내려와 장내 세균에 의해 또 분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독한 방귀냄새는 먹는 음식이 기름질수록, 가스를 배출하는 장내 세균의 수가 많을수록, 변비 또는 피치 못할 사정에서 시원하게 대변을 보지 못한 경우일수록, 소화가 잘 안된 상태일수록 잘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방귀냄새가 고약하다고 해서 실제로 걱정할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편, 방귀를 자주 뀌고 방귀가스 양이 많다며 장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방귀가스의 양은 장 건강이 아닌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콩류, 유제품, 감자, 밀, 빵의 효모 등은 가스를 많이 만들어내며, 채소 중에는 양배추류(브로컬리, 컬리플라워, 양배추) 또는 매운맛이 나는 양파, 마늘, 파 등이 가스를 많이 만들어낸다. 탄산음료에 있는 탄산 또한 방귀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방귀 가스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서 속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이러한 음식을 먼저 제한해보는 것이 좋다.
장 건강이 걱정된다면 방귀의 냄새나 양을 살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변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한다. 특히 최근 변이 묽어지지는 않았는지, 또는 반대로 변비 증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피가 묻어 나오지는 않았는지 등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 이들 증상들은 대장암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고 증상이 될 수 있다.
한편, 방귀가 정말로 건강의 신호등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수술 후다. 배를 개복한 후에는 방귀가 나왔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해진다.
개복을 하게 되면 모든 장의 운동이 정지한다. 이때에는 배속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장이 운동을 시작하면 비로소 창자 속에 고였던 물과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청진기를 대고 들어보면 창자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창자가 움직이면 비로소 가스가 배출이 된다. 가스, 즉 방귀가 나왔다는 것은 창자의 운동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얼마 있으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수술 후 방귀가 나오기 직전에는 일시적으로 창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배가 더 아파지는 수가 있다. 이것은 사실은 좋은 징조다.
수술 후 방귀가 나오면 부풀어 올랐던 배가 푹 꺼지게 된다. 보통 이때부터 식욕이 생긴다. 창자가 마비 상태일 때는 전혀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가 방귀가 나오고 배가 꺼지게 되면 이때부터는 남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면 자기도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