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병원 내시경센터가 최근 ‘우수 내시경실 인증’을 획득했다. 대한소화기 내시경 연구재단과 소화기 내시경 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우수 내시경실 인증제’ 는 내시경 시술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내시경 의사의 자격, 시설 및 장비, 과정, 성과지표, 감염 및 소독 등 모두 5개 분야 61개 항목을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우수 내시경실 인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안전성이다. 내시경은 개복수술처럼 생명을 다루는 분야는 아니지만, 장기 안으로 의료장비가 삽입되어 병변을 발견하거나 치료해야 하는 만큼 의사의 숙련 정도가 중요한 분야다. 때문에 내시경을 받을 때에는 내과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좋다. 실제로 나무병원에서는 16인의 전문의 중 내과전문의 8명 전원 대한내시경학회가 인증한 내시경 세부 전문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검사를 받는 분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요소는 ‘수면내시경’의 마취상태인 것 같다. 실제로는 의식이 전혀 없는 마취상태가 아닌, 의식이 있되 진정시킨 상태에서 내시경을 하는 것인데 검사를 받는 분들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을 환자들에게 일일이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워 필자가 과거 처음으로 ‘수면내시경’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 이제는 보편화된 이름이 되었다.
수면내시경이 일반 내시경과 다른 점은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 같은 수면유도제를 주사해 환자를 진정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약물의 특정 성분으로 인해 내시경 당시의 기억을 잃어버리므로 환자들은 ‘잤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수면내시경 중 환자는 의료진이 묻는 말에 답하기도 하고, ‘옆으로 돌아누워라’ 등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이른바 ‘의식이 있는 진정상태’다. 내시경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수십 분 자고 일어난 후, 어떤 말을 하셨는지 기억하냐고 물어보면 거의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쭉 잠들어 있었다’고 답한다.
대부분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들은 ‘얌전히’ 내시경을 받는다. 신음을 흘리거나 구역질을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소위 ‘난동’을 피우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바로 내시경을 스스로 뽑아내는 것이다. 무작정 뽑아내다간 목을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의 손을 잡아 제지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을 무릎으로 차거나, 주먹을 내두르거나, 여성의 경우 꼬집거나 할퀴는 분들도 있다. 이러한 분들 중 일부는 내시경을 제거한 후 침대에 일어나 앉아 의료진에게 훈계를 시작한다. ‘왜 나한테 이런 고통을 주나, 그렇게 살지 말아라’ 등, 갖은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나중에 기억하지는 못한다.
약물을 통한 진정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위와 같은 현상은 내시경에 대한 두려움이 크거나 평소 많이 예민한 분에게 잘 나타난다. 과거 수면내시경시 난동을 부린 경험이 있다면 반복될 확률도 높다. 신경정신과 쪽의 약물을 복용하거나,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도 수면유도제의 약효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이 수면 상태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혹은 자신이 수면 상태에 있는 동안 나쁜 일이 일어나진 않을지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호자가 검사실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보호자가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 검사를 받는 분들은 상당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한편, 우리 병원에서는 내시경 장비 소독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시는 분들을 위해 내시경 장비 소독 전 과정을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내시경 검사는 그 프로세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시경이 안전하고 정확한 것은 기본이고, 검사받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플러스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무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아침만 굶고 오면 진료, 장세정, 내시경 검사, 결과 상담까지 하루에 가능한 ‘당일 대장내시경’ 프로세스를 만든 바 있다. 특히 설사약 먹지 않는 당일 대장내시경, 병실에서 장 비우는 당일 대장내시경 등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의료관광 우수서비스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여러 병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엔 많은 병원에서 당일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있으니, 과거 대장내시경의 힘들었던 기억만 가지고 내시경을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꼭 정기적으로 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겠다. 위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므로 위내시경은 적어도 1~2년에 한 번은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은 40~50대 이후부터 5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며, 용종이 발견된 경우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대락적으로 대장 용종을 그냥 두었을 경우 10년 후 대장암이 될 확률이 약 8%, 20년 후 대장암이 될 확률이 약 24%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민영일 원장은...
우리나라 내시경 역사의 산 증인이다. 전 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정년 퇴임한 후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자 내시경 시술을 처음 시행하고 전파한 의사이자 내시경 관련 다섯개 학회 모두 학회장을 역임한 유일한 의사이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졸업 후 아산병원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하며 의사들이 뽑은 '위장 질환 관련 베스트 닥터'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