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접종했다면 평생 자궁경부암 검사 안 받아도 된다?

권선미 기자 2024.09.19 07:20

자궁경부암 검사 바로 알기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여성암 중 5번째로 유병률이 높다. 국가암 조기 검진으로 전암성 병변 단계에서 빠르게 발견해 치료하고, HPV 백신으로 고위험 HPV 감염을 막은 덕분이다. 실제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매년 감소 추세다. 그런데 HPV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자궁경부암 검진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HPV 백신은 100여 종이 넘는 모든 유형의 HPV 감염을 막지는 못한다. 백신으로 대비하지 못하는 다른 유형의 HPV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HPV백신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도입이 2016년으로 늦어 HPV 감염률이 높은 20대 여성 상당수는 HPV백신 조차 접종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신화 교수에게 자궁경부암 조기 발견으로 여성의 생명을 지키는 자궁경부암 검사에 대해 알아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 1. HPV 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X 대표적인 오해다. HPV 백신(가다실·가다실9·서바릭스 등)을 접종했더라도 자궁경부암 검사는 필수다. HPV 백신은 100여 종이 넘는 HPV 중 자궁경부암 유발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16·18형 HPV 등 일부 고위험 HPV만 예방하도록 고안됐다. HPV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모든 HPV 감염을 막을 수 없고 모든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는 HPV 백신의 불완전 접종 등으로 면역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아 예방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HPV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암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Check 2. 자궁경부암 검사는 평생 한 번만 받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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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정보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HPV는 감염자의 90%가 2년 이내에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기억해야 할 점은 HPV에 또 감염되는 재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지속·반복적인 HPV 감염으로 고위험 HPV에 감염되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천천히 진행한다. HPV에 감염된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으로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 주기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무료로 지원한다. 

Check 3. 자궁경부암이 발병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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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V 유전자 검사를 받을 때다. 자궁경부 세포에서 HPV의 DNA를 검출해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16·18형 HPV 감염을 확인한다. 자궁경부 세포검사보다 진단 정확도가 높은 데다 자궁경부 상피내이형성증, 자궁경부 상피내암(0기) 등 자궁경부암 전 단계에서부터 HPV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전암성 병변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서 실질적인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자궁경부암 선별을 위한 1차 검진으로 HPV 유전자 검사를 권고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도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로 HPV 유전자 검사가 자궁경부 세포검사에 비해 높은 자궁경부암 진행 위험이 높은 고등급 자궁경부상피내종양 검출 민감도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국가암검진에서 시행하는 자궁경부 세포검사의 경우 현미경 등으로 세포 형태의 이상 여부를 살피는 방식이다. 그러나 초기 병변이나 자궁경부암으로 진행할 위험을 가진 여성에 대한 확인이 정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Check 4. 암 연관성이 높은 고위험 HPV는 모두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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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V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다. 지금까지 확인된 HPV 유형만 100여 종이 넘는다. 발견된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이는데, 같은 HPV라도 유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암과 연관성이 높은 것을 고위험 HPV로, 생식기 사마귀 등 양성 질환을 유발하는 것을 저위험 HPV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HPV는 16·18·31·33·35·45·52·58·66·69·73형 등이다. 

그런데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확실하다. 전체 자궁경부암의 70% 이상이 16·18형 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HPV 유전자 검사로 이 두 유형의 HPV 감염 여부만 확실히 파악하면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기 전에 자궁경부암 발병 가능성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 WHO도 모든 HPV 바이러스의 유전자형 분석을 권장하지 않는다. 만약 HPV 유전자 검사에서 고위험군 양성으로 나오면 자궁경부암 발생 관련 단백질 바이오마커(p16/Ki-67)를 확인하는 이중면역염색 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암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자궁경부암 검사는 올해 3월 미국자궁경부종양학회(ASCCP) 임상가이드라인에 반영됐다. 

Check 5.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은 HPV에 잘 감염된다
성 접촉을 통해 확산하는 HPV의 특징을 오해한 것이다. 성인의 80%는 일생 동안 한 번은 HPV에 감염된다. 게다가 HPV는 직접적인 성 접촉이 없더라도 구강 영역인 입속 점막을 통해서도 감염·확산할 수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지속·반복적인 HPV 감염으로 암에 걸릴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HPV 백신을 접종하고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를 놓치지 말고 받아야 한다. 모든 암이 그렇듯 자궁경부암도 빨리 발견·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다.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 정확도가 높은 HPV 유전자 검사는 동네 산부인과 병·의원이나 건강검진센터에서도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면 HPV 유전자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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