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언제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석준 교수 2024.09.12 08:46

중앙대병원 피부과 석준 교수

탈모는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지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질환이다. 탈모로 인해 진료 받는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증상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가족력이 있는 등 탈모가 걱정돼 내원하는 20~30대 환자가 많고 10대 환자도 적지 않게 만난다. 이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외모에 대한 관심 증가, 탈모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예전보다 빠른 시기에 내원하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본다. 

탈모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질환마다 쓰이는 치료제도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를 만나 치료를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실제로 원형탈모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성형 탈모약만 먹다가 증상이 악화해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한 안드로겐 탈모를 살펴보면, 모발이 먼저 가늘어지고 이후에 머리카락이 빠진다. 주로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점점 힘이 없고 가늘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범위가 점점 넓어져 탈모가 진행되는 식이다. 모발은 자연적으로 빠져나가지만, 하루에 100개 이상의 모발이 빠져나갈 경우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드로겐 탈모는 유전적 요인과 남성 호르몬, 환경적 요인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발생한다. 체내 여러 안드로겐 중 테스토스테론은 모낭에 도달해 5α-reductase(환원효소)를 만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전환된다. DHT가 과도하게 형성되는 경우 모발의 성장이 억제돼 탈모가 발생한다. 여성은 남성형 탈모증에 비해 관여하는 요인이 비교적 명확하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유전적인 영향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적 요인으로는 고지방 음식, 자외선 노출 등이 모발 성장에 관여해 이차적으로 탈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

치료법으로는 5α-환원효소 억제제가 쓰인다. 피나스테라이드(프로페시아 등)와 두타스테라이드(아보다트 등)가 대표적이다. 혈관 확장 기능을 가진 미녹시딜도 국소경구약으로 함께 사용된다. 5α-환원효소 억제제와 미녹시딜이 동시에 사용될 때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여성의 경우 경구 5α-환원효소 억제제가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임기 여성에서는 금기하며, 폐경기 이후에는 선택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대신 미녹시딜과 국소 알파트라디올 제제를 병용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LED 치료, 각종 모발 솔루션을 함께 병합하는 보조요법이 시행된다. 탈모가 많이 진행됐다면 약물치료만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어 모발 이식을 시행한다. 

이처럼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지만 많은 환자가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시도하지 못하거나 약물 사용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병적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21만5025명에서 2021년 24만2960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대한모발학회에서 시행한 ’탈모 질환 인식 및 관리 현황’ 설문 조사에서 본인이 탈모라고 인지하는 사람 중 치료를 하지 않는 비율은 약 30%로 높게 나타났다. 실제 병원에 내원하지 않는 탈모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탈모 시장은 연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약물 등 의학적 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추정될 정도로 크지 않다. 의학적 치료 이외의 보조적인 방법이 많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두피 마사지, 두피 스케일링 등으로 두피 및 모발 관리를 시행하는 두피 클리닉이 성행하고 있다.

클리닉마다 시행하는 관리 내용은 다르지만, 두피와 모발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 두피를 청결하게 하거나 마사지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시술을 받는다. 이는 탈모 치료에 일부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탈모에 대한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탈모 클리닉만 다니다가 점점 증상이 악화해 탈모가 꽤 심해진 뒤에야 내원하는 환자의 경우도 많다. 탈모 치료는 증상이 심하지 않을수록,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릴수록 효과가 더 좋다. 따라서 탈모가 의심된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에 내원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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