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혈액 검사로 뇌졸중 위험을 사전에 알고 대처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뇌졸중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혈중 지표를 개발하면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양욱진 전공의와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일 "한국인 45만 51000명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amma-Glutamyl Transferase, 이하 GGT)’ 수치가 높을수록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대구로병원 김치경 교수는 "GGT는 음주 뿐 아니라 전신의 활성산소 정도를 반영하는 데, 이것이 뇌혈관 질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종전의 연구들로 밝혀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기존에 알려진 뇌졸중 위험인자를 보정한 뒤 오로지 GGT 수치와 뇌졸중의 연관성을 검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GGT 수치가 높은 경우(남자 53 IU/L이상, 여자 23 IU/L이상) 향후 뇌졸중의 발생 위험도는 39% 증가했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로 나뉘는데, 수치가 높을 때 뇌경색은 45%, 뇌출혈은 46% 위험도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는 "‘GGT’가 독립적인 뇌졸중 예측 지표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연구"라며 “정상 성인의 뇌졸중 예방대책에 GGT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고려대 구로병원 및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유럽뇌졸중학회에서 발표됐고, 최근 뇌신경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신경학연보(Annals of Neurology)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