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GGT' 수치로 뇌졸중 예측 가능"

박정렬 기자 2018.03.21 11:16

서울대병원·고대구로병원 공동 연구팀 세계 최초 확인

뇌졸중은 후유증이 무서운 병이다. 발병 후 빠른 시간 내 치료받지 않으면 마비·언어장애 등 치명적인 후유증으로 남은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문제는 뇌혈관 건강을 사전에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과 흡연 등이 뇌졸중 위험을 높이긴 하지만, 실제 일반인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뇌졸중 '위험 지표'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 혈액 검사로 뇌졸중 위험을 사전에 알고 대처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뇌졸중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혈중 지표를 개발하면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양욱진 전공의와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일 "한국인 45만 51000명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amma-Glutamyl Transferase, 이하 GGT)’ 수치가 높을수록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 양욱진 전공의,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GGT는 음주 정도나 간질환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그간 알코올 섭취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 GGT를 측정해왔다.

고대구로병원 김치경 교수는 "GGT는 음주 뿐 아니라 전신의 활성산소 정도를 반영하는 데, 이것이 뇌혈관 질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종전의 연구들로 밝혀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기존에 알려진 뇌졸중 위험인자를 보정한 뒤 오로지 GGT 수치와 뇌졸중의 연관성을 검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GGT 수치가 높은 경우(남자 53 IU/L이상, 여자 23 IU/L이상) 향후 뇌졸중의 발생 위험도는 39% 증가했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로 나뉘는데, 수치가 높을 때 뇌경색은 45%, 뇌출혈은 46% 위험도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이승훈 교수는 "‘GGT’가 독립적인 뇌졸중 예측 지표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연구"라며 “정상 성인의 뇌졸중 예방대책에 GGT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고려대 구로병원 및 한국뇌졸중의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유럽뇌졸중학회에서 발표됐고, 최근 뇌신경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신경학연보(Annals of Neurology)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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