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 임신부 약 끊으면 태아 기형 위험 높아져

권선미 기자 2018.03.20 11:35

산모·태아에게 치명적인 만성질환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까. 임신·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혈압·당뇨병·천식·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가임기 여성이 늘고 있다. 만성질환으로 임신·출산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임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복용하는 약 역시 기형을 유발할 확률도 낮다. 실제 약물에 노출되지 않아도 기형 발생할 확률인 기본기형발생 위험률은 3%정도다. 반면 임신 중 약물에 의해 나타날 기형아 발생률은 전체 원인 중 1%에 불과하다. 물론 일부는 임신 중 질환이 악화되거나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책은 있다. 최근엔 태아에 영향이 없는 대체 약물도 많이 나왔다. 임신 전부터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춰 잘 대처하면 누구나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을 위해 임신에 영향을 주는 만성질환과 약 복용법에 대해 알아봤다.

태반 통과 않는 안전한 약으로 질환 관리
고혈압은 임신 기간에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내과적 질환이다. 임신 중 발생률이 최대 3%에 이른다. 임신중 고혈압은 만성고혈압, 임신성고혈압, 임신중독증으로 분류한다. 혈압이 높으면 임신부는 사망, 뇌졸중, 심부전, 폐부종을 일으킨다. 태아는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신경이나 장기형성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조산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고혈압이 있으면 혈압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임신 2기 이후부터는 태반을 통과하는 ACE억제제보다는 칼슘채널차단제 등으로 안전한 약으로 바꿔 복용한다. 

임신부의 당뇨병도 치명적이다. 고혈당은 눈·신장·혈관·신경에 손상을 줘 당뇨 합병증으로 진행한다. 특히 임신 초기에 혈당이 높다면 기형이 유발될 가능성이 10%다. 혈당관리가 어려워지면 그 비율이 2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유산·사산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태아난 아이는 출생할 때 호흡곤란, 저혈당증, 황달이 잘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혈당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참고로 인슐린은 태반을 통과하지 않아 태아의 기형과 관련이 없는 약물이다. 임신을 했다면 혈당조절을 위해 우선적으로 인슐린으로 당뇨병을 치료한다. 메타포르민·나테글리나이딘 성분의 경구용 당뇨병약은 기형아 발생과 관련이 된다는 보고는 없지만 인슐린만큼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된다. 이 외에도 기관지가 염증으로 붓거나 좁아지는 천식도 주의해야 한다. 만일 임신부가 천식약 복용을 중단하면 태아에게 저산소증이 생겨 뇌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병으로 임신 미루기 보다는 계획적으로 접근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다면 계획적으로 임신하는 것이 좋다. 뇌전증은 반복적인 발작이 주 증상이다. 뇌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자극으로 돌발적인 의식 상실, 경직, 강직 등 다양한 신경 증상을 겪는다. 그런데 임신 그 자체로 뇌전증이 악화될 수 있다.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변한다. 또 항경련제의 혈중농도가 떨어진다. 그 전보다 자주 발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신을 했다고 항경련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안된다. 오히려 뇌전증이 악화돼 발작으로 태아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으로 뇌전증을 조절하면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임신 전부터 초기까지 엽산을 하루 5㎎씩 고용량 복용하면 신경관 결손 같은 기형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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