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이 건강한 임신·출산에 악영향

윤혜연 기자 2018.02.12 15:22

서울대병원, 의료급여·일반산모 대규모 조사 결과

의료급여 산모가 의료보험 산모에 비해 산전관리를 잘 하지 못했고 임신중독증에 걸릴 확률도 높았다.

경제적 수준 차이가 임산부 건강과 건강한 아이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병원·울산의대 공동연구팀(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승미 교수,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진용 교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2010년 기준 성인 산모 46만여 명을 의료보험과 의료급여로 분류한 뒤 다양한 건강 지표에 대해 비교 조사했다. 의료급여는 생활이 어려운 자를 위해 정부가 의료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를 말한다.
 
조사 결과 의료보험 산모는 99.1%인 45만여 명, 의료급여 산모는 0.9%인 4000여명이었다. 의료급여 산모는 의료보험 산모에 비해 여러 지표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부적절한 산전관리율(의료급여 29.4%, 의료보험 11.4%)과 제왕절개율(45.8%, 39.6%)이 높았고, 임신중독증(1.5%, 0.6%)과 산과출혈(4.7%, 3.9%), 조기분만(2.1%, 1.4%) 발생률도 높았다.
 
정부는 2008년부터 ‘고운맘카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건강한 태아의 분만과 산모의 건강 관리를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신용·체크카드이다. 지원 금액은 임신 1회당 50만원, 쌍둥이 임산부는 90만원, 분만 취약지구 거주자는 20만원이 추가된다. 2015년부터는 국민행복카드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의료급여 산모의 경우 고운맘카드 제도를 통해 병원 이용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나 소득이 낮은 산모는 여전히 산전 진찰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고, 합병증 발생률도 높았다. 이진용 교수는 “의료급여 산모의 노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병원 방문을 위한 교통비와 기회 비용이 높다는 점 등이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승미 교수는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 산모의 임신 예후가 여전히 나빴다”며 “임상적인 접근뿐 아니라 다른 사회경제적인 원인을 모색해 지표들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건강형평성저널(International Journal for Equity in Health) 최근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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