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서 일어나 3미터 걷고 돌아오세요" 10초 이상 걸리면 치매 위험 커

박정렬 기자 2018.03.08 13:42

서울대·삼성서울병원 66세 5만여명 분석 "신체 활동이 치매 예방에 도움돼"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걷고 돌아오기까지 10초 이상 걸리면 고령층 치매 위험이 높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은 ·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팀은 "2007~2012년 생애전환기 검진을 받은 66세 남녀 5만 30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Timed up and go test)' 결과에 따라 치매 발생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걷고 다시 돌아와 앉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다리 근력, 보행속도, 균형감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 방법 [사진 서울대병원]

이번 연구에서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 시간이 10초 넘게 걸린 대상자는 그 이하인 대상자 보다 향후 6년간 치매 발생 가능성이 1.34배 높았다. 치매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여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뇌 혈관 문제인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이번 연구에서 일어나 걸어가기 검사 시간이 긴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 위험도가 각각 1.26배, 1.6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현재 2배 가량인 약 15%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한다.

치매는 초기 기억력 장애가 나타났다가 갈수록 계산능력·판단력 등 다른 인지능력이 떨어지며 일상 생활에 장애가 찾아오는 병이다. 현재로서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어 예방이 최선이다. 조기 발견하면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추고 인지기능을 최대한 오래 보존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5년 내 요양시설에 입소할 확률이 55% 감소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은(왼쪽) ·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이지은 교수는 “신체적 노쇠가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결과”라며 “노쇠한 고령층은 근력강화, 균형잡기 운동 등 정기적인 신체활동이 필요하고, 이는 치매 예방에도 도움 될 것”이라 말했다.

신동욱 교수는 “간단한 운동능력 검사로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크다”며 “신체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의 인지기능을 지속적으로 추적관리 하는 등 제도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노년학(The Journals of Geron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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