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12 버럭 치매 피하려면 지금부터 '이것' 하세요

권선미 기자 2017.06.02 13:01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생활습관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치매는 노년기에 접어들고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질환입니다. 뇌 세포가 파괴되면 인지기능이 서서히 떨어집니다. 혀끝에서 단어가 맴돌아 말이 어눌해지고, 상황을 이해·판단·기억하는 능력이 이전보다 느려집니다. 더 진행되면 혼자 식사를 챙겨 먹거나 옷을 갈아입고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져 누군가 옆에서 돌봐줘야 합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치매노인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치매는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돌봄·치료비용이 늘어납니다. 증상이 심한 중증은 경증(1351만원)보다 2배 가량 많은 한 해 2341만원이 필요합니다. 비용 부담은 갈수록 증가합니다. 2015년에는 평균 2033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병입니다. 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열 한 번 째 주제는 소리 없이 뇌를 잠식하는 치매에 대해 알아봅니다.

 

치매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여 생깁니다. 전두엽에 쌓이면 감정 장애, 측두엽이나 다른 곳에 쌓이면 언어나 인지·운동 장애 등을 일으킨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치매는 한 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이미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치매 치료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만 악화 속도를 늦춰 치매 진행속도를 늦출 순 있습니다. 치매 전 단계부터 철저한 검진·예방·관리를 강조하는 배경입니다. 특히 한국은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측정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뛰어납니다. 언젠가 치매도 당뇨병·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하는 질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의 치매 치료는 근본적으로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증상을 관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뇌 인지기능을 최대한 오래 보존·유지하는 것이 목표로 ▶잃어버린 뇌 인지 기능 회복 ▶뇌 인지기능 보완 ▶남아있는 뇌 인지기능 보호 등을 원칙으로 치료합니다.

치매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증상 악화를 늦출 수 있습니다. 치매 약물 치료는 이를수록 효과적입니다. 치매 초기에 약물치료를 받으면 혼자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 초기단계부터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 5년 후 요양기관 입소율이 55% 줄어든다는 분석결과도 있습니다. 치매를 조기 발견해 치매 발병을 2년 정도 늦춘다면, 20년 후에는 치매 유병률이 80%로 낮아지고 중증도도 감소합니다.
 

규칙적인 운동도 약물 치료만큼 필수적입니다.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 신경세포를 보호합니다. 특히 신경세포끼리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도와 뇌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치매를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3회 이상씩 고강도로 20분 혹은 일주일에 5회 이상 중강도로 30분씩 꾸준히 운동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치매 위험이 1.82배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 강도는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고 숨이 다소 차지만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가 적당합니다.

남아있는 뇌 세포 파괴를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즐거웠던 옛 추억을 떠올리고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뇌 인지기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노래·미술 같은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뇌 예비창고를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뇌는 특정 부위를 반복해 자극하면 그 일을 담당하는 뇌 세포끼리 연결이 튼튼해집니다. 일부 세포가 손상 됐어도 주위에서 대체 가능한 예비군 세포를 동원해 업무를 수행, 뇌 기능저하를 최소화합니다. 세수하기나 옷 갈아입기, 산책하기, 물건 구입하기, 혼자 식사 챙겨먹기, 출입문 비밀번호 외우기 같은 소소한 일상생활을 반복합니다. 이 방법은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도록 도와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매년 치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한치매학회에서 치매 극복을 위해 ‘일상 예찬’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신 행동 관리도 필요합니다. 평소 짜증과 신경질을 자주 내면 뇌에 공격·부정적인 신경회로가 두껍게 만들어집니다. 치매로 뇌가 퇴행하면 평소 강하게 키운 부정적 성격이 밖으로 쉽게 드러나게 됩니다. 감정을 다스려서 분노·화·완벽주의 같은 부정적인 뇌 신경망을 줄여야 합니다. 단순히 참지 말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식입니다. 행복·긍정 신경망을 강화하는 훈련도 꾸준히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난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행복한 감정이나 사진을 보면서 즐거웠던 추억을 자주 떠올린다. 여러 번 반복하면 행복·긍정적 신경망이 두꺼워집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도와야 합니다. 치매를 앓는다고 감정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배려한다는 이유로 아이처럼 대하거나 무시하고 소홀하면 자기 보호반응으로 이상 행동이 과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족에게 존중·사랑 받고 있으면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감정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기억력을 높인다며 복잡한 내용을 묻거나 틀린 내용을 지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수를 반복하면 의기소침해지고 뇌 손상을 가속화해 기억력이 더 나빠집니다. 게다가 보호자에게 나쁜 감정을 갖게 돼 공격 성향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 선생님께 혼이 나면서 무엇인가 배웠는데, 지나고 나니 학습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꾸중을 들었던 기억만 남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알아듣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 짧은 문장으로 한 번에 하나씩 묻고 설명합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수정해주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1. 단계별 치매의 증상
 
초기: ‘최근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방금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질문을 되풀이합니다. 대화를 할 때 정확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그것’,‘저것’으로 표현하고 머뭇거립니다. 중요한 일정을 적어두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일도 잦아집니다. 아직까지는 혼자 독립적으로 지낼 수는 있는 수준입니다.
 
중기: 치매임을 알 수 있는 단계입니다. 돈 계산이 서툴러지고 전화나 TV 등 가전제품을 조작하지 못합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을 혼동하지만 아직까지 가족은 알아봅니다.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옆에서 적절히 도와주면 혼자서 지낼 수 있습니다.
 
말기: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혼자서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식사나 옷 입기, 세수하기 같은 일상생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상태로, 배우자나 자식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없고 간단한 지시에도 따르지 못합니다. 신체 상태도 근육이 굳어져 보행 장애가 나타나거나 거동이 힘들어져 하루 대부분을 누워서 지냅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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