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고는 우리 남편, 푹신한 베개 괜찮을까?

박정렬 기자 2018.02.23 15:40

높거나 낮으면 코골이 악화돼…뒷머리 받쳐주는 베개 도움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신체·정신 건강을 유지하는데 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만일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낮에 심하게 졸립다면 자신이 코를 고는지 한 번쯤 확인할 필요가 있다. 코골이는 그 자체가 수면 중 숨 쉬는 데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자면서 숨을 아예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심부전·부정맥·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진단·치료해야 한다.

코골이 절반은 잘 때 숨 안쉬는 수면무호흡증
사람이 코를 고는 이유는 수면 시 기도가 좁아진 상태에서 억지로 숨을 쉬기 때문이다. 흔히 코 고는 소리가 코에서 난다고 여기지만, 실은 코가 아닌 좁아진 기도로 공기가 지날 때 나는 소리가 코곁굴(부비강)울 통해 울리는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살이 찌면 기도가 좁아져 숨쉬기 어려워진다. 비만일 때는 수면무호흡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음주도 기도를 붓게해 코골이를 유발한다.
 

목을 받쳐 기도가 굽어지지 않게 하는 베개는 코골이 완화에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잠 잘때 쓰는 베개도 코골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베개의 높낮이에 따라 수면 시 목의 위치가 달라진다"며 "이로 인해 기도의 폭이 좌우되고, 혀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쳐져 기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수면 중에 숨을 10초 이상 쉬지 않거나 호흡량이 50% 이상 감소하는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하면 수면무호흡증이다. 이런 와중에 코를 고는 증상이 나타난다. 코를 심하게 골다 갑자기 조용해지거나, 갑자기 숨을 크게 몰아쉬는 증상이 있다면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한 수면 상태와 증상을 평가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라면 양압치료기(수면 중에 코와 입으로 공기를 주입해 기도를 열어주는 장비), 구강 내 장치, 수술 등으로 치료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에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인 양압치료기 활용 모식도 [사진 위키피디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하려면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운동과 식단 조절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한편 금주·금연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잠들기 5시간 전에 멈추는 게 바람직하다.

수면 시 자세와 베개 선택도 중요하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옆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머리가 파묻히는 푹신한 베개나 반대로 목침처럼 너무 높은 베개 등 목을 굽게 하는 제품은 피해야 한다. 하늘을 보고 누울 때 목을 C자 형태로 만들어 기도를 확보해주는 베개가 좋다.
 

수면무호흡증에 양압치료기를 사용할 때는 얼굴에 착용하는 마스크와 호스가 베개가 닿아서 벗겨지거나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보완한 양압치료기용 베개도 출시됐다. [사진 아마존(www.amazon.com) 홈페이지 캡처]

신원철 교수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에 적당한 베개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뒷머리를 받쳐주는 베개"라며 "수면무호흡증에 양압치료기를 사용할 때는 얼굴에 착용하는 마스크와 호스가 베개가 닿아 벗겨지거나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보완한 양압치료기용 베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관련 기사
<저작권자(c)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