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기능성 쌀은 40여 종.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쌀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고아미2호’는 일반 쌀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2배 이상 높다. 농촌진흥청 박지영 연구사는 “고아미2호로 지은 밥을 먹으면 포만감이 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배부름 현상도 오래가기 때문에 간식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아미2호는 심혈관 질환자에게도 좋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이관우 교수팀이 성인 21명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일반 쌀과 고아미2호를 5:5로 혼합해 지은 밥을 먹도록 했더니 고아미2호를 섞어 먹은 군은 중성지방 수치가 30% 떨어졌다. 박 연구사는 “고아미2호 속 식이섬유는 혈액 속 중성지방을 흡착해 밖으로 배출시킨다. 피부 밑과 내장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 동맥경화나 뇌졸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알코올 중독자 등에게 좋은 쌀도 있다. ‘밀양263호’ 품종은 일반 백미에 비해 가바(GABA) 함량이 8배 정도 높다. 가바는 뇌신경 전달 물질로, 동물 중에서는 포유류의 뇌 속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아미노산이다. 뇌세포 대사 기능을 촉진해 집중력과 기억력을 개선한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김성곤 교수팀이 알코올 중독에 걸리도록 한 생쥐를 대상으로 일반 사료와 밀양263호를 먹였더니 밀양263호를 먹은 생쥐는 한 달 후 알코올 섭취량이 50% 떨어졌다. 이는 알코올 중독 치료약으로 쓰이고 있는 ‘아캄프로세이트’와 ‘날트렉손’ 약물의 알코올 섭취 감소 효과와 유사하다. 김 교수는 “가바가 중추신경계에 깨져 있는 밸런스를 정상화 시켜줘 술에 대한 갈망을 저하시켰다”고 설명했다. 밀양263호는 현재 알코올 중독 치료용 조성물로 특허 출원돼 있다.
‘홍진주’는 항암 효과가 뛰어나 암환자에게 인기 있는 품종이다. 암세포의 변형을 더디게 하거나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서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필요한데, 이들 항산화 물질은 식물의 천연 색소에서 많이 발견된다. 자주색의 안토시아닌, 녹색의 카테킨, 주황색의 베타카로틴, 검은색의 클로로겐, 노란색의 루틴 등이다. 이들은 모두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오세관 연구관은 “홍진주에는 이 다섯 가지 색깔이 모두 들어 있다. 다섯 색소들이 내는 항암효과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 홍진주를 일반 백미에 20% 정도 섞어 먹으면 암세포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2013년 국립식량과학원 발표). 특히 폐암과 유방암 세포 억제 실험에서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
헬리코박터균 활동을 억제하는 ‘조생흑찰’, 위암 예방에 효과를 보인 ‘메디라이스’, 어린이 성장 발육에 좋은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하이아미’ 품종 등도 있다.
이런 기능성 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품종 교배 방식이다. 유전공학 기술이 적용된다. 특정 성분 함량이 높은 품종끼리 교배해 장점만 딴 새 품종을 만든다. 교배 후 품종을 선별하고 이를 다시 재배하는 방식이다.
오 연구관은 “원하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교배를 하고, 실제 농사를 지어보며 병충해에 잘 견디는지, 많은 양의 벼가 나오는지 시험한 뒤 판매한다. 한 품종이 탄생하기까지는 평균 13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균을 접종하기도 한다. 버섯이나 누룩 등의 균사체를 쌀에 접종하면 특정 영양성분을 얻을 수 있다. 상황버섯쌀, 동충하초쌀이 대표적이다.
코팅법도 사용된다. 쌀을 씻어낸 뒤 클로렐라나 키토올리고당, 칼슘·철분 같은 특정 성분을 추출해 농축시킨 용액에 담그는 방법이다. 그 후 특수 처리해 유효 성분을 코팅한다. 한 번 씻은 쌀에 코팅물을 입힌 것이기 때문에 품종개량 쌀에 비해 맛이 약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방사선을 쪼여 아미노산 함량을 높게 한 쌀(골드아미1호),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거쳐 탄생한 ‘레스베라톨 쌀’도 있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레스베라톨 쌀은 식용뿐 아니라 화장품 소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