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콩 다이어트? 정말 먹기만 하면 빠지는 걸까

류장훈 기자 2016.11.23 09:00

효과 없이 카페인만 과다 복용할 수 있어…섭취 주의해야

굶지 않는 다이어트 바람이 불면서 각종 다이어트 보충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충제를 먹기만 해도 저절로 살이 빠진다는 문구가 소비자를 현혹한다. 최근에는 커피 추출물을 이용한 보충제가 인기다. 일명 ‘커피콩 다이어트’다. 커피콩 안에 든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라는 유효성분이 체중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클로로겐산의 허와 실을 짚었다.

   
 

커피콩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볶은 커피콩을 떠올리기 쉽다. 커피콩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볶지 않은 생 커피콩이다. 커피콩을 볶으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 커피콩은 생산지, 품종, 재배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콩 안에 5.5~10%의 클로로겐산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0℃에서 4분 정도 볶으면 클로로겐산 함유량은 0.51%로 떨어진다. 최대 20배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클로로겐산이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보충제로 판매되는 클로로겐산 엑기스의 클로로겐산 함유량은 볶은 콩에 비해 55배나 많다.

 

카페인도 듬뿍 먹는 꼴

 

이렇게 고 함량의 클로로겐산을 섭취하면 간에서 지방 대사를 활성화시켜 중성지방 농도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커피콩 다이어트의 원리다.

 

   
 

그런데 커피콩 다이어트를 하면서 클로로겐산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다. 카페인도 다량 섭취하게 된다. 볶은 커피콩에는 1.01%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지만 생 커피콩에는 12.6%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클로로겐산 보충제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200mg 정도. 여기에는 클로로겐산과 56mg과 함께 카페인이 약 25mg 함유돼 있다. 볶은 커피콩 2495mg에 들어있는 카페인과 동일한 양이다. 자칫 카페인 다량섭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카페인은 집중력을 높이고, 이뇨작용으로 체내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지만 과량·장기간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을 주고 불면증과 함께 소화성 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클로로겐산 보충제 섭취 시 카페인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시중에는 카페인을 뺀 클로로겐산 보충제가 나왔다. 하지만 카페인 없는 클로로겐산은 체중감량에 큰 효과가 없다. 클로로겐산 하나만으로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생 커피콩과 관련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클로로겐산이 27%, 카페인이 10% 함유된 생 커피콩 엑기스를 14일 동안 먹은 쥐는 유의하게 체중이 감소했지만 카페인이나 클로로겐산 중 어느 하나만 먹인 쥐는 체중감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감량 효과 미미… 위약군과 차이 없어

 

커피콩 다이어트의 실제 효과는 어떨까.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친다. 극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강조하는 광고 내용과 대조적이다.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연구(한국영양학회지, 2010)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 이상이거나 체지방률 27% 이상인 과체중 성인 여성 23명에게 생 커피콩 엑기스를 하루에 200mg씩 8주 동안 섭취하게 한 결과 체중은 섭취 전 67.2㎏에서 섭취 후 66.2㎏으로 감소했다. 체지방률은 36.1%에서 8주 후 34.7%로 줄었다. 하지만 위약을 섭취한 대조군(20명)과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실린 논문의 결과도 다르지 않다. 연구팀은 BMI 25~30(㎏/㎡)인 성인 여성 2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군(12명)에는 생 커피콩 엑기스를 8주간, 대조군(12명)에는 위약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체중이 실험군은 61.3㎏에서 60.8㎏으로, 대조군은 62.1㎏에서 61.9㎏으로 줄었다. 체지방률은 실험군이 25.6%에서 25.3%로, 대조군이 25.1%에서 25%로 각각 줄었다. 연구팀은 “생 커피콩 엑기스 섭취군이 대조군에 비해 체중, 체징방률, 허리둘레, 엉덩이 둘레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군간 유의한 변화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커피콩 다이어트 보충제와 관련한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메타분석)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영국 엑세터(Exeter)대 의과대학 연구팀은 생 커피콩 추출물의 체중감소 효과를 연구한 3개의 핵심 논문을 분석했다. 보충제(생 커피콩 엑기스) 하루 180~200mg 씩 4~12주간 섭취한 연구 논문이다. 보충제를 먹은 군이 위약을 먹은 군에 비해 평균 2.47kg 더 감소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생 커피콩 보충제의) 체중감량 효과가 작고 이 효과는 임상적으로 타당성이 확실치 않다”며 “보충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철저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기식 효과·안전성, 맹신하면 안 돼

 

이 같은 결론에는 이유가 있다. 일부에서 클로로겐산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단백질의 분해산물인 ‘호모시스테인’이라는 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이 과다 누적되면 유전자 손상 복구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심장마비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카페인과 함께 클로로겐산이 호모시스테인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는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여러 보충제를 포함한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이라는 말 때문에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실제 기대 만큼 크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처럼 임상시험을 엄격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섭취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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