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들리는 ‘삐’ 소리…도대체 왜?

김진구 기자 2017.02.09 08:58

성인 5명 중 1명은 ‘이명’ 경험…난청 동반 시 48시간 내 치료받아야

#직장인 박주용(33·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들리는 ‘삐’ 소리 때문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푹 쉬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소리는 점점 또렷해져 이제는 업무는 물론 수면까지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고씨는 의사로부터 떨어진 청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외부의 청각적 자극이 없는 데도 혼자 소리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명(耳鳴)이다. 성인인구의 17%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소리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삐’ 하는 고주파의 소리가 길게 들리는 것이다. 기계음 같은 ‘웅’ 소리, 라디오 잡음 같은 ‘지지직’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매미소리, 풀벌레소리, 파도소리, 기계음으로 들릴 때도 있다.

 

이명의 특징은 심리적, 육체적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한결같이 조용한 곳일수록, 집중할수록 또렷해진다.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리가 커진다.

 

대부분 ‘소음’ 탓…지속되면 난청·청력손실 우려

 

이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소음이다. 밝은 빛을 본 후에 잔상이 남듯, 큰 소리를 들은 후에는 일시적으로 귀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엔 소음에 의한 이명이 젊은 층에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이어폰·헤드폰으로 음량을 크게 설정해놓고 음악을 듣다가 이명으로 이어지는 젊은 환자가 많다”며 “음악을 들을 땐 앞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음량을 조절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소음에 의한 이명은 대부분 조용한 곳에서 잠시 쉬면 이내 사라진다. 그렇다고 이명이 나타났을 때 없어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건 곤란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회복되지 않거나 오히려 난청 등으로 심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송재진 교수는 “소음에 오래 노출되면 달팽이관 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며 “소음 상황에서 벗어난 후에도 이명이 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청력 손실을 막는다”고 말했다.

 

급성 난청 동반했다면 48시간 내에 치료받아야

 

소음에 노출되지 않았는데 이명이 나타났다면 중이염,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같은 귀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명 증상과 함께 어지럼증, 난청,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살피는 게 좋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청력을 영구적으로 잃을 수 있다. 이밖에도 스트레스, 과로, 수면 부족, 빈혈, 당뇨병, 약물 부작용, 노화가 이명을 유발한다.

 

치료는 적응 훈련이 기본이다. 소음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이명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반복 훈련을 하면 이명을 잊고 지낼 수 있게 된다. 이명과 함께 급성 난청이 발생했다면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증상이 나타난 후 적어도 48시간 안에는 치료를 시작해야 결과가 좋다.

 

송재진 교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청력이 떨어지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이 이명이므로 이명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 청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명에서의 스테로이드 치료는 이견이 있지만, 거의 모든 이비인후과에서 급성 이명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반면 만성 이명에는 효과가 없으므로 적응훈련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과 헷갈리기 쉬운 환청…조현병·우울증·치매 의심

 

귀에서 들리지만 이명이 아닌 경우도 있다. 원인이 다르므로 치료법도 당연히 다르다. 턱관절 장애가 대표적이다. 턱관절의 위치가 고막 바로 안쪽이기 때문에 이명으로 오인하기 쉽다. 보통은 입을 벌릴 때 ‘딱’ 소리가 나지만, 종종 ‘바스락’ ‘드르륵’ 소리가 나기도 한다. 고막이 손상됐거나 중이염에 걸렸을 때 들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이명과 헷갈리기 쉬운 또 다른 증상은 환청이다. 이명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곳일수록, 집중할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의미 없는 잡음인 이명과는 달리 말소리나 음악소리처럼 의미가 있는 소리가 들린다. 조현병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우울증·조울증·치매가 심할 때도 종종 나타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정신질환이 원인일 경우 환청만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조현병은 망상,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치매는 섬망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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