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깨어있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포, 바로 ‘가위눌림’이다. 가위눌림은 왜 생기는 걸까? 단순한 악몽일까 아니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까.
몸이 잠들면 근육도 같이 이완한다. 그래야 꿈에서 꾸는 대로 몸이 움직여 자칫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걸 막는다. 그런데 가위에 눌리면 몸을 움직여보려 발버둥쳐도 마비된 듯 움직이지않는다.
의학에선 이를 ‘수면 마비’로 본다. 수면 마비가 오면 몸은 잠든 채 뇌만 깨어있어서 환청이나 환각이 잘 생긴다. 뇌가 불안정하게 각성했기 때문이다. 때론 심각한 불안과 공포감을 동반한다. 몸이 공중부양되거나 나쁜 기운이 침실로 들어오는 듯한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쩌다 한번 수면마비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럴 땐 규칙적으로 충분한 시간 잠을 자야한다. 자세도 점검해봐야 한다. 똑바로 눕는 대신 옆으로 자면 수면 마비를 예방할 수 있다. 옆으로 누워자면 목젖이 기도를 막지 않아 숨쉬기가 편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목이 두껍고 짧은 사람이나 코를 고는 사람도 옆으로 자는 게 좋다.
한 연구에 따르면 3명 중 1명은 한번 이상 수면마비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중 약 10%는 반복적인 공포증상을 동반한 수면마비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마비로 인해 몹시 불안하고 잠을 잘 못 자거나 낮에 졸음이 심하게 오면 수면 마비가 오는 원인 질환을 찾아야한다.
불규칙한 생활, 수면 부족, 과로, 스트레스 같은 생활습관 외에 기면병, 다리 경련과 같은 수면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양극성 장애, 약물남용 등의 정신질환과 간질, 고혈압 같은 내과 질환에서도 잘 나타난다.
공황장애, 조울병과 같은 정신질환 여부도 잘 살펴봐야 한다.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효진 교수는 “반복적으로 수면마비가 오는 사람은 불안 점수가 높게 나온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확한 원인을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