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지끈 ‘편두통’ 진통제 잘못 썼다 오히려 심해질 수도

김진구 기자 2016.11.01 11:24

시기 놓치면 치료 어려워…

편두통은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 조금 불편한 증상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경험하고, 대부분은 진통제를 복용해 순간의 고통을 넘긴다.

그러나 편두통은 다른 질병의 증상이 아니다. 그 자체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진통제를 먹다간 만성 편두통으로 악화돼 일상생활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50만5000명이다. 대부분 머리에 맥박이 뛰듯 욱신거리거나 지끈거리는듯한 증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실제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성인의 편두통 유병률 6%를 인구집단에 대입하면 전체 편두통 환자(성인)는 26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건 전체의 20%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 대한두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만성 두통 환자 가운데 두통이 발생 한 후 3개월 이내에 병원을 찾은 사람은 23.2%에 불과했다. 반면, 3년이 지나서야 겨우 병원을 찾은 환자는 36.6%나 됐다.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는 “대부분 편두통을 가볍게 여긴다”며 “진통제를 먹거나 대증요법을 이용해 순간의 고통만 넘기고, 심지어는 그냥 참는 환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진통제 쓰며 버티다간 고통 심해져

 

많은 편두통 환자가 스스로 진통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대부분 편두통을 긴장성 두통과 혼동했기 때문이다.

흔히 ‘한쪽 머리가 아파야’ 편두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편두통은 통증 위치와 관계없이 심장이 뛰듯 머리가 울리고, 메슥거림·식욕부진·구토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스트레스와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찾아오고, 소리와 빛에 민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로 인해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두통이다. 원인인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나 잘못된 자세만 바로잡으면 대부분 완화된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아픈(박동성 통증) 편두통과 달리, 누르고 조이는 듯한 비박동성 통증이다. 일반적으로 편두통에 비해 통증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

같은 두통이라도 치료법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긴장성 두통은 진통제가 도움이 되지만 편두통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을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대한두통학회장)는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진통제로 억누르면 점점 ‘약발’이 떨어지고, 만성 편두통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며 “진통제 과다복용, 카페인 중독, 비만, 우울, 불안, 불면증 등이 일반 편두통을 만성화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두통일이 월 5일 이상이면 만성 편두통으로 악화될 위험이 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선 삽화성 편두통(episodic migraine,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편두통) 환자의 3%가 1년 후 만성 편두통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 힘든 ‘만성 편두통’…보톡스로 예방

 

   
 

 

편두통이 만성화되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 고통의 강도와 빈도, 지속시간이 늘어난다. 참다못해 응급실을 내원할 지경에 이르는데, 응급실을 내원한 두통 환자의 95%가 편두통 환자로 보고될 정도다.

편두통이 월 15회 이상이거나, 한 달에 8일 이상 3개월 지속된다면 만성 편두통으로 진단한다. 대한두통학회는 한 달에 8회 이상 두통이 생길 경우 만성 편두통을 염두하고 전문의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만성 편두통이 되면 치료가 더 어렵다. 김병건 교수는 “늦게 치료할수록 치료가 복잡해지고 기간이 늘어난다”며 “만성 편두통은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을 줄여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없애는 예방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예방 치료법 가운데 현재 만성 편두통을 예방하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정을 받은 건 ‘보톡스 요법’이 유일하다. 미국신경과학회(ANN)는 만성 편두통 환자에게 반드시 시도해야 하는 치료로 권고한다. 영국 보건당국은 만성 편두통에서의 보톡스 요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이마·머리·뒷목 근육 31곳에 보톡스를 나눠 주입하면 통증성 신경 전달 물질의 방출을 막아 빈도와 강도를 낮춘다. 한 번 치료를 받으면 3개월 정도 예방 효과가 지속되므로, 매일 약을 먹는 번거로움이 없다.

아직 편두통이 만성화되지 않았다면, 먹는 치료제(트립탄)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뇌혈관 확장과 신경과민을 억제해 통증을 완화한다. 다만, 혈관 수축 작용 때문에 심혈관 질환을 동반한 편두통 환자는 복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엔 이를 보완한 신약(라스미디탄)이 임상시험 중이다.

 

■ 편두통 의심 증상

·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프다
· 감기기운이 있으면 머리부터 아프다
· 체하면 머리가 아프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부터 아프다
· 조금만 시끄러워도 짜증이 난다
· 통증 부위가 남의 살 같고 살짝만 건드려도 아프다
· 월경 때마다 너무 아파서 꼼짝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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