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질병의 치료’에서 ‘질병의 예방’으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약품의 중요성과 함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의 중요성과 가치도 새롭게 인정되고 있다. 동시에 관련 산업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글로벌 산업으로의 경쟁력과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의 구축이 요망된다.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크게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으로 나뉜다. 고시형은 비타민, 오메가3 등과 같이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제품이거나, 보통 상대적으로 구조가 간단하거나 그 관리가 용이하며 누구나 제품화할 수 있는 품목이다. 반면 개별인정형은 독자적으로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주로 천연물로부터 개발해 그 효능을 인정받은 품목이다. 일반으로 복합물 형태를 가지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법에 따라 개별인정을 받은 자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시형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산업화에 큰 어려움을 지닌다. 즉 국제적으로 저가 또는 저급 제품과의 경쟁 등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고부가 가치화가 어렵다. 반면, 개별인정형은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서 그 사용에 독점적 지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글로벌 산업화가 가능하다. 글로벌 산업화를 위해서는 외국의 산업화 파트너가 필요한데, 상식적으로도 누구라도 취급할 수 있고 저가 경쟁에 몰릴 위험이 있는 제품을 귀하게 여기고 사업화할 가능성이 극히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인정형의 식약처 인증 주체에 대한 독점성 보호는 건강식품 산업 발전의 필수 조건이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에서 개별인정의 독점성이 보장돼야 한다. 첫째, 개별인정형은 천연복합물인 경우가 많다. 보통 천연복합물의 경우는 고유의 공정과 관리시스템에 따라, 설사 동일한 천연물의 유래라 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동일한 천연물에서 유래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특정하게 가공·공정·관리되는 개별인정 제품의 효능, 안전성 등을 가지는 것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다. 즉, 동일 천연물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유사제품이 독점적 지위의 개별인정형 효능과 성과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둘째, 식약처로부터 개별인정형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연구개발자는 의사, 약사, 식품영양학자 등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보통 5~10년의 기간과 수억~수십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한다. 성공적인 인체 적용시험 결과가 도출된 경우에도 그 안전성과 표준화 관리 등 엄격한 식약처 평가를 거쳐 어렵게 개별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또 연구하는 과정 중에도 새로이 밝혀지는 질병 원인에 대응해 예방을 강구하려면 새로운 첨단 과학기술이나 연구방식을 접목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은 국가 과학기술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개발된 제품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개발과 개별인정 획득을 위해 들인 모든 노력·시간·예산은 낭비될 위험이 크고, 의료·과학 발전의 모티브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또한 개별인정형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돼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다.
"남이 얻은 성과에 교묘한 편승 안 돼"
넷째, 현대사회는 선도적 기술이 아니면 치열한 세계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애써 공들인 연구·개발해 식약처 인증까지 획득한 연구개발 산업화 주체의 독점적인 권리를 보호·육성하는 것은 국가적 공익을 위해서도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이다. 남이 어렵게 공들여 얻은 성과에 교묘한 속임수로 편승하는 것을 허용하는 건 건강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사회적 생태계 구축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국가의 식의약 안전안심 체계를 위협하고 국가 성장동력을 해치는 독버섯이 된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천연 식의약 산업의 질적·양적인 수준이 미국·유럽·일본 등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오랜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성과를 가지는 개별인정형들이 등장하고 의미 있는 수출이 시작되고 있어 이들의 보호 육성은 우리나라 국민건강 증진 등의 공익과 국가 신성장동력의 국익 지키기를 위해서도 매우 절실하다.
☞정명희 고문은…
전 서울대 부총장, 전 서울대 의대 학장이며 현재 가천대 석좌교수,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