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때 잘못된 자세 굳어지면 평생 골골

이민영 기자 2020.06.08 09:02

젊은층 위협하는 근골격계 질환

평소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유튜브 같은 동영상을 오랜 시간 보고, 전동 킥보드를 즐겨 타거나 하이힐을 자주 신는 트렌디한 2030이라면 주의해야 할 질환이 있다. 목·허리·손목·발목·무릎 건강과 관련 깊은 근골격계 질환이다.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은 젊다고 예외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대 경추·척추 환자의 5년(2015~2019년)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6%, 2.9%였다. 40~50대는 같은 기간 평균 증가율이 각각 1.8%, 2.5%였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이장우 교수는 “대부분의 근골격계 통증은 미세한 손상이 쌓이면서 발생한다”며 “요즘은 근골격계 건강을 약화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탓에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질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골골거리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스마트 기기에 둘러싸여 일상을 보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 구독경제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고개를 앞으로 푹 숙여 장시간 스마트폰·태블릿PC·컴퓨터를 사용하는 습관은 거북목증후군과 척추측만증, 손목터널증후군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다. 이장우 교수는 “근골격계 질환은 요통과 저릿저릿한 국소 신경 증상, 두통 등 다양한 만성 통증을 일으킨다”며 “스트레스·우울증과도 연관이 있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바른 자세로 기초공사 튼튼히


젊은 연령에서는 스포츠를 즐기다 사고로 근골격계 질환이 잘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전동 킥보드의 안전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안전모·무릎 보호대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과속으로 운행하는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이효진 교수는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 급제동하면서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가 넘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며 “방어기전으로 손을 짚으면서 넘어져 무릎 인대 손상뿐 아니라 손목·팔꿈치 골절과 어깨 탈구 같은 손상도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충분한 준비 운동 없이 운동을 하거나 하이힐과 키높이 신발을 즐겨 신는 경우 발목을 접질리는 게 습관이 돼 발목 불안정증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발생한 손상은 이른 나이에 퇴행성 관절염 같은 질환으로 악화하는 위험 요인이다. 이장우 교수는 “인대가 손상돼 한쪽 관절에 무리가 가면 균형이 깨지면서 퇴행성 변화가 쉽게 올 수 있다”며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받은 것 자체가 퇴행성 관절염의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정홍근 교수는 “발목 관절염으로 오는 환자를 보면 10~20대 때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거나, 자주 접질렸던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꽤 많다”며 “전체 발목 관절염의 70%가량이 외상성 관절염 환자로, 40대에 중증 관절염이 발생해 수술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근골격계 질환의 첫 번째 치료는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이다. 다행히 20~30대 환자는 40대 이상 환자보다 목뼈·허리뼈 변형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경우가 많다. 환자가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회복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20~30대는 디스크·관절·근육·인대의 재생력이 좋다. 나쁜 자세 때문에 손상이 축적됐더라도 운동을 하고 자세를 교정하면 회복이 빠르다.
 
바른 자세는 근골격계가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무리를 덜 받는 자세를 말한다. 컴퓨터를 쓸 때 자판은 최대한 몸쪽으로 당겨 팔꿈치가 몸통 옆에 오게 한다.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춘다. 스마트폰은 눈높이 가까이까지 올려 고개를 내리지 않고 시선만 내려보면서 사용한다. 장시간 컴퓨터로 작업할 땐 키보드·마우스 패드에 손목을 받쳐주는 게 좋다. 손목 통증은 손목이 손가락보다 낮은 자세로 작업하는 데서 대부분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칭 동작을 익히는 것도 도움된다. 키를 잴 때처럼 벽에 등을 대고 선 뒤 엉덩이·어깨·뒤통수를 벽에 붙인다. 그다음 목을 좌우로 크게 움직여 준다. 앉은 상태에서 목만 뒤로 젖히는 자세는 단순히 목뼈만 움직이는 것이라 효과가 별로 없다. 또 50분 앉아 있었으면 10분은 일어나는 게 좋다. 아무리 좋은 자세라 해도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힘을 받는 뼈 주변의 근육·인대·관절이 굳어 통증이 생긴다. 이와 함께 걷기·자전거 타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에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근력을 강화하고 유연하게 해 뼈를 단단하게 잡아 준다.
 

보호장구로 안전장치 단단히


전동 킥보드를 타거나 운동할 땐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무릎·발목·손목·팔꿈치 보호대를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잘 넘어지고 쉽게 발목을 접질릴 수 있는 축구·테니스 등의 운동이나 등산을 할 땐 무릎·발목 보호대를 착용하면 도움된다. 하이힐이나 키높이 신발은 발목 중심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발볼이 넓고 쿠션감이 있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발목을 처음 접질렸을 때 제대로 치료하면 발목 관절이 불안정해지는 걸 예방해 불편함 없이 원래의 발목 건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부기·피멍이 없는 가벼운 염좌일 땐 냉찜질을 하고 발목 보호대를 2주 정도 착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근골격계 건강 지키는 ‘너두나두 맞춤운동’

근골격계의 핵심인 목·허리·무릎 주변을 강화하기 위해 단국대 운동처방재활학과 이진욱 교수가 개발한 운동법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은 금방 위축되고 관절에 부담을 줘 통증으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일상에서 하루 10분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거북목증후군, 엉덩이기억상실증(의자병), 무릎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는 근육 운동법”이라며 “안 써서 단축된 근육을 이완하고 이완된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별다른 도구나 공간 제약 없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세한 운동법은 너두나두 바른건강 캠페인 공식 유튜브와 블로그에 공개돼 있다.
 
1. 거북목증후군 - 뒤통수근(후두하근) 이완 운동

① 양손은 깍지를 끼고 뒤통수 뼈에 올려놓는다.
*주의 척추는 반듯하게 세운다.
② 머리를 가슴 쪽으로 5초간 지긋이 당긴다.

 
2. 엉덩이기억상실증 - 대둔근 강화(힙브릿지) 운동

① 누운 상태에서 손바닥은 바닥에 대고 무릎은 A자로 세워준다.
② ‘엉덩이-골반-허리-등’ 순으로 골반을 들어 올려준다.
*주의 무릎이 벌어지거나 모이지 않도록 엉덩이에 힘을 준다.
③ 1초 정지 후 ‘등-허리-골반-엉덩이’ 순으로 골반을 내려준다.
*주의 복부와 골반의 긴장을 유지한다.
 
3. 무릎 퇴행성 관절염 - 무릎 폄 운동

① 허리를 반듯하게 편 상태로 의자에 앉는다.
② 양손으로 의자를 잡고 복부에 힘을 준다.
③ 발등을 90도로 구부린 상태에서 무릎을 쭉 뻗었다가 내려준다. 
④ 1초 정지 후 제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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