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7명 중 1명이 척추질환을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척추질환으로 고생합니다. 전 인구의 80%는 일생에 한 번 이상 심한 요통을 경험한다고도 하죠. 척추질환과 이로 인한 요통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있고 그만큼 관심이 많은 질환이기도 합니다. 이번 닥터스 픽(Doctor's Pick)에서는 서울부민병원 허동화 척추센터장과 함께 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척추관 협착증 등 척추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봅니다.
▶요즘 허리 통증이 있어서 마사지를 종종 받고 있어요. 그래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데, 디스크일까요? 허리 디스크의 증상은 일반 허리 통증과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세요.
단순 허리 통증은 사실 구분이 어려운데. 마사지나 기본적인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허리 통증이 지속하면 그땐 허리 디스크 질환을 꼭 생각해봐야 합니다. 허리 디스크 질환에 디스크 탈출증만 있는 게 아니라 디스크 변성이나 초기 디스크 탈출증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 마사지나 자가치료를 했을 때 2달 이상 치료해도 계속 아프면 병원에서 정확하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도수치료가 (척추, 관절질환에) 효과가 있는 건가요?
도수치료가 굉장히 시행되고 있긴 한데 모든 질환을 다 치료할 순 없고요. 사실 일반 물리치료는 근육통에 준하는 거거든요. 따뜻하게 해주고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가 대부분이죠. 근데 도수치료는 심부 근육을 풀어주는 역할도 해주고 척추 교정을 같이 해주기 때문에 치료 효과는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로 받는 것보다는 일반적인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하는 경우에는 도수치료를 병행해서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경성형술과 신경차단술의 차이점과 각각의 장단점 궁금합니다.
효과적인 측면에서는 신경성형술이 더 좋은 걸로 연구보고에도 나와 있습니다. 신경성형술은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간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점이 다르고요. 신경차단술은 병변에 직접 놓기보다는 병변 주변에서 약물이 퍼져서 들어가는 거거든요. 신경성형술은 카테터라는 관을 쓰기 때문에 병변에 직접 접근해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이 다릅니다. 신경차단술은 스테로이드 등 염증 해소 약물을 주사기로 주입하고 신경성형술은 카테터로 주입한다고 보면 된다. 투여하는 약물의 양도 신경성형술이 훨씬 많습니다. 여러 부위도 한 번에 시술이 가능하다. 신경차단술은 여러 군데 찔러야 하는데 한 번의 시술로 여러 부위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2~3년 전 건강검진 때 3, 4번 경추 디스크 소견을 받았습니다. 뒷목은 항상 뻐근하고 가끔 팔에 저릿한 증상이 있습니다. 저처럼 심하지 않지만 불편감이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치료 종류는 무엇이 있을까요?
견인치료를 포함한 물리치료가 있고요. 보통 우리가 약물치료라고 하면 진통제나 근이완제를 먹는데, 이것 말고 저린 데 먹는 디스크 치료제들이 있습니다. 이걸 같이 복용하면 훨씬 증상이 좋아집니다. ‘약 중단하면 다시 아프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통증이 좋아져야 운동이나 재활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통증이 나아진 상태에서 운동, 재활치료,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통증이 완전히 소실될 수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척추관 협착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내시경 수술이 필요하다네요. 척추 내시경 치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또 내시경 신경감압술은 어떤 건지 설명해 주세요.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통로 안에) 뼈나 인대가 두꺼워지는 게 원인입니다. 과거에는 척추 내시경으로 디스크만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고 기구가 좋아져 두꺼워진 인대나 뼈를 잘 제거할 수 있게 됐어요. 척추 내시경 치료는 이를 통해 좁아진 신경통로를 넓히는 수술입니다. 척추내시경 치료와 내시경 신경감압술은 같은 치료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정확한 용어는 ‘척추 내시경 후궁절제술’이 맞습니다.
▶내시경으로 하는 수술은 모든 사람이 다 받을 수 있나요?
옛날에는 심한 환자에겐 못한다고 했는데, 요즘엔 모두 가능합니다. 오히려 연세가 많아서 수술을 못 받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젠 기존에 수술적 치료가 어려웠던 고령 환자도 내시경을 이용하면 치료가 가능합니다.
▶최근 갑자기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내시경레이저 디스크 절제술을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허리 수술이나 시술은 최후에 하는 거라던데, 주사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까요?
환자분께서 바로 수술적 치료, 즉 내시경 치료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 정도는 주사 치료를 받아보시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레이저 치료를 고려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 정도 해봤는데도 효과가 없을 때 보통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거든요. 최소 한두 번이라도 주사치료와 약물치료를 해보시고 망설여지면 수술 여부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뇨 환자가 척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
당뇨 환자의 경우에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수술 부위가 잘 붙지 않고 염증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당뇨가 잘 조절되고 있으면 요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당뇨가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수술 2~3일 전에 입원해서 혈당을 좀 조절한 뒤 수술을 진행하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단, 상처 부위가 잘 아물지 않거나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드물게 있을 수 있는데, 이 또한 병원에서 잘 관리하면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할머니 연세가 75세입니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고생하신 지 꽤 되었는데 이제 허리도 점점 굽으시고 통증도 심해지셔서 수술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연로하셔서 걱정되네요.
최근에는 90대 환자도 수술이 가능합니다. 제가 95세 환자까지 수술해드렸습니다. 내시경 수술을 하면 70~90대까지도 수술이 가능합니다. 중증질환만 없다면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받을 수 있고 중증 내과질환(뇌졸중·심장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도 요즘엔 내시경 수술이나 척추마취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모님께서 교통사고로 경추 손상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몸을 못 움직이신다고 해요. 병원에선 골다공증이 심해 수술이 불가능하다며 ‘퇴원 후 통원 치료’를 권하는데 통원 치료가 가능할까요?
제 생각에는 척추에 가벼운 골절 정도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척수신경 손상’이 있고 ‘척추 골절’이 있는데, 일반인 분들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척수신경 손상이면 절대 퇴원을 얘기하지 않았을 겁니다. 수술을 못 한다기 보다는 수술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아닌가 싶어요. 이런 경우엔 보조기 착용하고 통원 치료 받으셔도 무방합니다. 만약 통증으로 거동이 힘드시다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도 고려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척추가 X-ray 상 상하좌우로 심하게 휘었어요. 복대를 차고도 제대로 못 걷고 힘들어하십니다. 골다공증이 심하시고 왜소하고 기력도 약해 전신마취에서 못 깨어날까 봐 그동안 수술 생각은 안 했는데요. 신경외과, 정형외과 어딜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척추변형이 동반된 경우네요. 요즘엔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엔 골다공증 치료를 3개월 전에 먼저 시작하고 그 후에 수술하기도 합니다. 골밀도를 올려주는 주사치료가 있거든요. 신경외과나 정형외과든 상관없지만 이런 경우에는 전문 진료 과목에 '척추 변형'이나 '척추측만증'이 있는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남편이 허리랑 다리까지 아파져서 MRI를 찍어보니 디스크가 심해 두 병원에서 모두 큰 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소견을 듣고 입원 중입니다. 남편은 지금 하반신 마비 증상과 심한 골반·다리 통증이 있대요. 응급실 입원 후 진통제 엄청 맞고 있는데도 상태가 전혀 호전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경우는 아마 다분절 병변인 것 같아요. 여러 부위를 수술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땐 작은 병원에서는 수술 중 출혈이 많이 생길 수 있어 못할 것 같고요. 좀 큰 병원에서 상담을 받으셔야 합니다. 척추전문의가 적어도 5명은 있는 척추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상담을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디스크 진단을 받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우선 신경 주사 치료를 받았습니다. 2차례 치료 만에 많이 좋아져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받고 지냈는데 조금 무리하니 다시 통증이 재발했어요. 통증 좀 가라앉으면 할만한 운동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우선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이 필요합니다. 특정 부위 운동만이 아니라 유산소 운동을 통해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빠르게 걷기나 실내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먼저 시작하고 허리 근육 강화 운동과 스트레칭을 병행하시는 게 좋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아쿠아로빅이나 수영을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 4년 전 디스크 판정 받았습니다. 세 번의 주사와 물리치료 후 좀 괜찮아졌는데, 지금 임신 중이라 배가 불러오면서 재발한 듯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배가 나오면 허리에 굴곡이 심해지면서 정상인 분들도 허리가 아파질 수 있습니다. 과도한 체중 증가까지 겹치면 더 아프게 됩니다. 적정 체중 증가 범위는 10~15kg입니다. 임신 시 과도한 체중 증가를 막고 가볍게 걷기를 꼭 하셔야 합니다. 임신성 당뇨를 막는 데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통증이 있으면 요즘 큰 병원 산부인과에 마련된 ‘임신성 요통 클리닉’ 프로그램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