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구내염, 알고 보면 자가면역질환의 '신호'

박정렬 기자 2018.11.06 09:51

국내 2만 명 이하 희귀병…정확한 발병원인 아직 밝혀지지 않아

직장인 박모(34·여)는 과도한 업무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피곤한 나날을 보냈다. 몇 해 전부터 지속적으로 입 안이 헐고 따끔거렸지만 단순 구내염이라 생각해 약국에서 구매한 항생제와 연고제만 사용했다. 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궤양이 입안 전체에 번져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제야 병원을 찾은 박씨는 이름조차 생소한 ‘베체트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식습관은 체내 면역체계의 불균형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몸 속 면역세포들이 서로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 이른바 ‘자가면역질환’이다. 박씨가 걸린 베치트병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구강과 생식기 궤양, 눈의 염증, 피부 병변 등이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베체트병은 보통 구강 궤양으로 시작한다. 구강 궤양이 발생한 환자의 70%는 외음부 궤양과 함께 다리 피부에 압통을 동반한 결절 홍반, 모낭염 등이 생겼다 없어지는 것이 반복된다.

베체트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의 일종으로, 피부뿐 아니라 혈관이 지나는 곳 어디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외음부 염증 발생 시 비뇨기와 생식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드물지만 관절·위장관·심장·폐 등의 장기에 침범해 치명적인 후유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베체트병으로 인해 안구 포도막염에 걸린 경우에는 실명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베체트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나이가 젊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영양가 높은 음식, 비타민 섭취 등이 도움이 된다. 또, 과로나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면역성 질환은 원인이 불분명해 치료가 어렵다. 단, 베체트병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지 않고, 상태가 호전되고 완화되는 것을 반복하는 질병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국내 환자는 2만 명 이하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혈액검사를 포함해 눈에 보이는 궤양과 특징적인 피부병변 여부를 포함한 안구염증, 초과민성 반응 여부 확인 등을 거쳐 진단을 내린다.

고대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재훈 교수는 “베체트병으로 의심되는 증상, 특히 반복적인 구강 궤양이 쉽게 낫지 않고 계속 재발하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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