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부상, 참다가 '큰 병' 키워요

신윤애 기자 2018.02.01 10:38

타박상과 골절 구분하기 어렵다면 '이 것' 살피세요

겨울철 넘어져 다치기 쉬운 꼬리뼈·넓적다리뼈는 다른 부위와 달리 골절되더라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길을 걷다 미끄러지거나 스키·스노우보드 같은 스포츠를 즐기다 넘어지는 사고가 적지 않다. 20, 30대더라도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끄러지는 순간 몸에 전달되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 30대는 심하게 다쳐 심하게 다쳐 응급실에 갈 정도가 아니라면 단순히 멍이 든 것 쯤으로 여기고 통증을 참는 경우가 있다. 골절, 인대가 손상됐는데도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부상이 심해지고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모(31·성남시 분당구)씨는 지난달 출근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리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영하 5~10도였고 전날 내린 눈이 녹지 않아 곳곳이 빙판길이었다. 강씨는 "넘어지는 순간 시야가 흐려지고 엉덩이가 욱신거렸지만 참고 출근했다“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병원에 가지 않고 참았다"고 말했다.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계단을 오를 때 허리·다리가 부러질것처럼 아팠다. 병원에서 강씨는 '넓적다리에 실금이 간 미세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강씨는 다리에 부목을 대 고정시켰고 한달동안 집에서 쉬라는 처방을 받았다. 

강씨처럼 겨울철 낙상으로 뼈가 골절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겨울이면 넓적다리뼈 골절 환자가 많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넓적다리뼈 골절 환자(20만 9289명)는 12월(1만8197명), 1월(1만8017명) 순으로 많았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김용범 교수는 “겨울철 빙판길에서 넘어질 땐 신체 중심이 뒤로 쏠리면서 엉덩방아를 찧는다"며 "충격이 고스란히 엉덩이로 전달돼 꼬리뼈·넓적다리뼈가 잘 부러진다”고 말했다. 앞으로 넘어질 땐 손·팔로 짚기 때문에 충격이 분산된다.
 
꼬리뼈·넓적다리뼈는 다른 부위와 달리 골절되더라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타박상과 비슷하게 붓거나 멍드는 정도가 전부다. 골절 사실을 모르는 채로 지내기 쉽다. 김용범 교수는 "노년층은 외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는 편이지만 젊은 사람은 진통제를 먹으며 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20~40대는 병원 치료를 받으면 붕대로 고정시키는 처방을 받기 때문에 한동안 운동을 할수 없어 병원 가기를 꺼린다.
 

스포츠 마니아 정모(28·서울 개포동)씨는 지난 달 스노우보드를 타다가 옆 사람과 부딪쳐 넘어졌다. 정씨는 "무릎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움직일 수 있는 정도여서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며 "통증을 참고 주말마다 스노우보드를 타러 다녔다”고 말했다. 한달이 지나자 정씨는 다리를 제대로 구부리지 못할만큼 무릎 상태가 나빠졌다. 병원에서 '무릎 십자 인대가 찢어져 재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3일 지나도 통증·부기 있으면 병원 가야
 

 젊다고 통증을 참고 방치하면 자칫 후유증으로 이어지거나 부상이 악화할 수 있다. 정씨처럼 인대가 찢어졌을 때 시 치료받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 찢어진 부위가 넓어진다. 김 교수는 "무릎 인대·연골은 일부분만 찢어졌을 땐 간단히 봉합할 수 있지만 찢어진 범위가 커질수록 봉합하기 어렵다"며 "인대는 재건, 연골은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 인대·연골을 재건·제거해도 당장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앞서 넓적다리 뼈에 실금이 간 강씨의 경우도 치료가 더 늦어졌다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김용범 교수는 "넓적다리뼈의 미세 골절을 방치하면 조금씩 이동해 골절 면이 어긋나고 주변 혈관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며 "뼈를 제자리에 맞추는 수술을 해도 망가진 혈관 탓에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골절 부위가 썩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에 잘 다치는 꼬리뼈 부상도 쉽게 넘기면 안된다. 꼬리뼈는 골절되면 앞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김 교수는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지만 출산 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임기 여성은 꼬리 뼈를 다쳤을 때 꼬리뼈가 이동하지 않았는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순히 멍이 든 것과 골절, 인대·연골 손상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또 사람마다 통증을 참을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넘어져 다쳤을 땐 2~3일간 'RICE 요법'을 하며 통증·부기를 관찰해야 한다. ▶충분히 쉬고(Rest) ▶하루 3~4회 20~30분씩 냉찜질하고(Ice),▶붕대 등을 이용해 압박하고(Compression), ▶위로 올릴 수 있는 부위는 손상 직후 48시간 정도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두는(Elevation) 것이다. 2~3일이 지나도 통증·부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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