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감기약에 해열·진통제 또 먹으면 카페인에 중독될 수 있습니다

권선미 기자 2018.01.19 17:55

#16 부작용 줄이는 감기약 복용법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올 겨울은 유난히 콜록거리면서 기침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감기·독감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는 탓입니다. 다행히 감기는 독감과 달리 푹 쉬면 큰 합병증 없이 저절로 낫습니다. ‘감기에 걸려 약을 먹으면 일주일 가고,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약 없이 감기를 온전히 견디기는 쉽지 않습니다. 목은 심하게 부어올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몸은 으슬으슬 춥습니다. 기침·콧물·코막힘·발열·근육통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열 여섯번째 약이야기는 부작용을 줄이는 감기약 복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감기는 리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코와 목에 염증이 생기는 호흡기 질환입니다.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종류만 200여 종이 넘습니다. 성인은 1년에 2~4회, 소아는 6~8회 정도 감기에 걸립니다.
아직까지 감기를 치료하는 약은 없습니다. 약국·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감기약은 감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입니다. 일종의 대증요법입니다. 열이 심하면 열을 내려주고, 가래가 끓으면 삭혀주는 식입니다. 약은 아프지만 참고 견딜만하게 만들어줘 좀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감기 그 자체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 치유됩니다. 증상에 따라 감기약을 선택해 복용해야 하는 배경입니다.
 

약 먹을 때 커피·초콜릿 피하라는 이유
감기약을 복용할 때는 의외로 카페인 중독에 조심해야 합니다. 카페인은 커피·콜라·에너지음료·녹차·초콜릿 등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의약품에도 흔히 사용됩니다. 카페인을 사용하는 약 종류도 다양합니다. 종합감기약에는 물론 해열·진통제, 드링크제에 약용 카페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종합감기약에 왜 카페인이 들어갈까요? 첫째, 약효를 높여줍니다. 같은 용량의 약이라도 카페인을 추가하면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 효과가 5~10% 정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둘째는 카페인 특유의 각성·흥분 효과 때문입니다. 항히스타민 성분의 감기약은 부작용으로 졸음을 유발합니다. 카페인은 이런 졸음을 쫓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카페인을 오남용하면 신경과민·불안 증상을 유발합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수면을 방해해합니다. 이 외에도 약물 대사에 영향을 줘 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에 포함된 카페인의 양은 한 알에 15~20㎎ 정도입니다. 감기약은 한 번에 두 알을 복용하기 때문에 1회 복용에 30~40㎎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됩니다. 하루 3번 복용하게 되면 약으로 섭취하는 카페인 양은 더 늘어납니다. 캔커피 1캔에 포함된 카페인 함량이 74㎎, 에너지음료 250㎖ 1캔 62.3㎎, 콜라 250㎖ 1캔 23㎎, 녹차 티백 1개 15㎎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적지 않은 양입니다.
게다가 감기약을 먹고 무의식적으로 커피나 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을 먹으면 카페인 하루 상한 섭취량을 넘기기 쉽습니다. 감기약을 먹을 때는 카페인 섭취량 확인에 엄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카페인 대사 한계량이 낮은 소아·청소년은 초콜릿과 함께 감기약을 먹이다가 카페인 중독증상(intoxication)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는 등 심장박동 이상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권장하는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성인 400㎎입니다.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하루 섭취 상한선입니다. 카페인 배출 속도가 느린 소아·청소년은 이보다 적습니다. 몸무게 1㎏을 기준으로 카페인 2.5㎎입니다. 
내가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에 카페인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약 포장지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에 사용된 성분에 ‘카페인 무수물’ 혹은 ‘무수카페인’이라고 쓰여 있다면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 약입니다.
 

또 다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 복용하는지 여부도 살펴야 합니다. 예컨대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구입해 먹는 종합감기약에는 열을 내려주는 해열제, 콧물을 멈추게 하는 항히스타민제, 콧물·코막힘 증상을 덜어주는 비강충혈제거제, 기침을 가라앉히는 진해제,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제 등 감기 증상과 관련된 모든 약 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병의원에서 처방받지 않고 스스로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한다면 약 선택에 주의해야 합니다. 종합감기약을 먹고 난 다음 열이 안 떨어진다거나 두통이 심하다는 이유로 같은 성분의 약을 추가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약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대표적입니다. 타이레놀·게보린·펜잘 같은 약에 주로 사용되는 성분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종합감기약은 물론 통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떨어뜨리는 해열제, 통증을 가라앉히는 진통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특히 한국인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를 선호합니다. 약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한 알에 아세트아미노펜 300~500㎎가 들어있습니다. 서서히 녹는 서방형에는 이보다 많은 용량인 650㎎가 포함돼 있습니다. 성인을 기준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의 하루 최대 허용용량은 4000㎎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몸 속에 들어가면 간에서 대사돼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과량 복용하면 간에서 약물이 대사하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많이 생성돼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일 간 독성이 생기면 오심·구토·소화불량·피로감 등이 나타납니다. 복용 후 72시간이 지나면 급성간부전, 혈액응고장애, 신부전 등의 위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독극물통제센터협회에 따르면 2011년 약물 과다 복용 환자 123만명 중 30.8%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를 과다 복용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또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의 11.2%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12월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천천히 녹는 서방형 제제의 아세트아미노펜은 빨리 녹는 제형과 비교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중복 복용하기 쉽다는 이유로 퇴출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도움말: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최혁재 팀장,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 운동본부 정재훈 위원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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