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담배를 비호감으로 만드는 약 VS 도파민에 취하게 만드는 약

권선미 기자 2017.12.22 16:58

#12 뇌를 속이는 금연약의 작용원리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매년 새해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금연은 담배를 끊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속 여부입니다. 니코틴의 유혹은 금연을 결심한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1년 동안 금연을 유지할 가능성은 3~5%에 불과합니다. 다행히 2015년부터 정부에서 금연치료 비용 지원하면서 보다 전략적·체계적으로 금연 유지 전략을 짤 수 있게 됐습니다. 열두 번째 약 이야기에서는 담배 생각을 없애주는 금연약 선택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금연 약물치료의 기본원리는 약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뇌가 착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후 담배·약을 끊어 금연을 유지합니다. 국가 금연프로그램에서 주로 처방하는 먹는 금연약은 니코틴이 뇌에서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바레니클린(제품명 : 챔픽스)와 뇌 도파민 분비량을 늘리는 부프로피온(제품명 : 웰부트린, 니코피온 등) 두 종류가 있습니다. 똑같이 뇌에 작용해 흡연욕구를 없애지만 금연성공률은 차이를 보입니다.
 

어떤 금연약이 더 좋을까. 금연 치료효과가 가장 뛰어난 금연약은 바레니클린입니다. 1년(52주) 금연 성공률은 21.9%입니다. 뇌에서 니코틴 대신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해 도파민 보상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담배를 피울 때 느끼는 만족감이 서서히 줄어듭니다. 약 복용 전과 비교해 담배 맛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담배 연기나 냄새가 역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담배 자체를 비호감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약과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따라서 먹는 약으로 금연치료를 시작할 때는 일차적으로 바레니클린을 권합니다. 
바레니클린으로 금연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면 부프로피온으로 치료를 시도합니다. 부프로피온의 1년 금연 성공률은 16.1%로 바레니클린과 비교해 다소 낮습니다. 하지만 뇌에 작용하는 방식이 바레니클린과는 다릅니다. 부프로피온은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해 혈중 도파민 농도를 높여줍니다. 흡연 시 니코틴이 뇌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늘리던 것을 부프로피온이 대신합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져 흡연욕구를 없애줍니다. 바레니클린은 담배를 싫어하도록 만든다면 부프로피온은 담배가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든 셈입니다. 참고로 부르로피온은 니코틴 보충제를 함께 사용하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 금연 성공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어떤 약을 먹던지 치료를 충실히 받았다면 약값을 포함한 금연치료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합니다. 또 금연에 실패해도 1년을 기준으로 3회까지 금연 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금연 치료프로그램은 1회를 기준으로 최대 12주까지 먹는 금연약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바레니클린은 메스꺼움, 부프로피온은 수면장애 부작용 주의
금연약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금연약을 먹은 후에는 메스꺼움·구토·수면장애·갈증 같은 증상을 겪습니다. 이는 뇌가 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바레니클린은 메스꺼움과 구토를, 부프로피온은 수면장애를 주로 호소합니다. 
메스꺼움이 심하다면 물을 충분히 먹고 약을 복용합니다. 이상한 꿈을 꾸거나 악몽이 심하다면 저녁에 먹는 약을 일찍 먹거나 생략하면 완화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하다면 의사와 상담 후 다른 금연약으로 바꿔 금연을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부프로피온은 간질 발생 위험성이 높습니다. 천 명 중 한 명꼴로 경련을 유발합니다. 만일 한 번이라도 경련을 한 경험이 있다면 부프로피온 복용은 피해야 합니다. 다행히 경련은 약 복용을 중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회복됩니다.
 

감정 변화도 잘 살펴야 합니다. 담배를 끊을 때 흔히 겪는 감정이 바로 우울감입니다. 심해지면 적대감·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 변화는 금연약과의 연관성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레니클린을 생산·판매하는 화이자는 전세계 16개국 8144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치료약의 신경정신과학적 안전성을 확인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EAGLES)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바레니클린이 니코틴 보충제와 비교해 중대한 신경정신과학적 이상반응 발생이 유의하게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유럽 의약품감독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바레니클린의 심각한 신경정신과학적 이상반응에 대한 경고문을 삭제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올해 6월 이 같은 내용을 허가사항에 반영했습니다.
 

도움말 :  H+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 한국화이자제약, GSK 코리아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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