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하기 싫은 나, 비정상인가요? re: 마음 건강 확인할 때군요

박정렬 기자 2017.11.23 16:37

직장인이 앓기 쉬운 번아웃증후군·범불안장애·우울증 원인과 치료법

요즘 직장인은 24시간 일한다. 전화·메일을 거쳐 스마트폰이 업무에 활용되면서 '보이지 않는' 지시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책상과 침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사회, '퇴근'이란 용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24시간 업무에 시달리는 현대 직장인은 '마음 건강'을 챙기는 데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중앙포토]

업무 환경의 변화는 정신적인 피폐를 낳는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늘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에 놓인 오늘날 직장인은 특히 '마음 건강'을 챙기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의 도움말로 직장인이 앓기 쉬운 3대 기분장애(번아웃증후군·범불안장애·우울증)의 원인과 해결책을 소개한다.
 

의욕이 사라진 사회 초년생 - 번아웃증후군

의욕적으로 직장 일에 몰두하는 사회 초년생들은 ‘번아웃증후군’을 겪기 쉽다. 한자로 불 태워 없어진다라는 뜻의 '소진(燒盡)'과 상통하는 개념이다. 업무에 빠져 살다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편안한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운동 등 여가활동을 하는 것은 번아웃증후군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만일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것 같다 ▶쉽게 짜증나고 화가 난다 ▶만성적인 감기·두통 등을 앓는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진 것 같고 예전과 달리 열정이 사라졌다 ▶갈수록 더 빨리, 쉽게 지친다 ▶일과 자기 자신,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면 번아웃증후군일 수 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건 휴식이다. 윤현철 교수는 “번아웃증후군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사는 현대인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며 “편안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등 마음의 여유를 찾는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나, 장기간 증상이 지속될 경우 전문가를 찾아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위아래로 치이는 중간관리자 -범불안장애

뚜렷한 원인을 모른 채 지나친 긴장감을 계속 느끼면 ‘범불안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불안장애의 일종인데, 일정한 수준의 불안한 감정을 계속해서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특히, 직장인 중에서는 아래로는 후배를 챙기고, 위로는 선배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중간관리자가 잘 겪는다.

불안감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신체 대사가 불균형해지고 복부비만·고지혈증·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진다. 불안감을 잊으려 폭식하거나 술·약물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범불안장애는 ▶매번 안절부절하고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 ▶근육이 자주 경직된다 ▶수면장애가 있다 등의 여섯 가지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해당한다.

범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안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커피·술 등은 자제하고, 복식호흡이나 명상 등 긴장이완 훈련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소통이 끊어진 중년 이후 관리자- 우울증

우울증은 중년 이후 남성에 발생률이 높다. 과도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소통이 단절돼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40대 이후에는 남성 호르몬과 함께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는 데, 이러면서 우울증 위험이 커진다. 남성은 슬픔 등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감추는 경우가 많다. 감정 표현에 서툴러 혼자서 끙끙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감 외에도 인지 장애·신체적 장애 등 다양하다. 단순한 우울감과 달리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우울증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우울증 자가진단표 [그래픽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우울증일 때는 상담 치료, 인지 치료, 집단 치료, 약물 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 중 항우울제는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우울감을 덜어낸다. 초기 2~3개월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보통 재발을 막기 위해 6개월 이상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중요하다. '의지의 문제'라며 환자를 몰아붙이거나 단순히 힘내라고 격려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현철 교수는 "내가 남을 이해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허심탄회한 대화가 우울증 환자에게는 '약'이다"며 "직장 생활이 바쁘더라도 여유를 갖고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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