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7명 중 1명은 일 년에 1회 이상 자살충동을 느끼지만, 8.2%만 전문가의 도움이 가능한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향은 고령일수록,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일수록 두드러져 취약 계층의 정신보건 서비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팀(국군양주병원 한규만, 서울의료원 이해우, 경희대병원 백종우 교수)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19세 이상 성인 1만7869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심각하게 자살시도를 고려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2,616명(14.1%)이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성인 7명 중 1명은 일 년에 한차례 이상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얘기다.
이들 중 1271명(48.7%)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됐으며, 134명(5.4%)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신질환을 이유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전화 등을 이용한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93명(8.2%)만 그렇다고 대답해 의료기관, 정신보건기관, 상담센터 등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한 사례는 매우 적었다.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은 연령, 결혼상태, 경제활동여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고연령층, 사별한 성인과 같은 정신질환의 취약 계층에서 정신보건서비스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오히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19세~34세와 비교해 65세 이상은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비율이 4.9배 이상이었고, 50세~64세는 2.11배 였다. 기혼 성인과 비교해 사별한 성인이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비율은 2.75배 높았다.
또, 경제 활동 인구군은 비경제활동 인구군에 비해 1.6배, 임금근로자는 실업 상태의 성인에 비해 1.97배의 정신보건서비스 비이용률을 보였다.
함 교수는“노인, 저학력층, 사별한 성인과 같은 정신질환의 취약 계층에서 오히려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점은 이들이 자살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자살 생각은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자살 관련 생각이나 충동이 생기는 경우 정신보건서비스 이용을 통해, 조기에 정신과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 입안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정신보건복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논문명‘한국 인구의 대표 표본 내에서 자살 생각을 갖는 성인의 정신보건서비스 이용 (Mental health service use in adults with suicidal ideation within a nationally representative sample of the Korean population)'으로 개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