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조철현 교수팀이 조울증,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치료 가능성을 열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이헌정, 조철현 교수팀은 26명의 기분장애 환자에서 발생한 31회의 조증 및 우울증 삽화와 18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3년여에 걸쳐 연구를 진행, 입원 초부터 퇴원 전까지 환자의 기분 양상과 생체리듬 변동을 2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측정했다.
인체의 생체리듬이 낮밤의 변화와 일치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 기분장애 환자들의 생체리듬이 조증에서는 정상보다 앞당겨져 있고 우울증에서는 지연되어있는 등 정상에서 심하게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티졸 호르몬의 농도는 보통 아침에 최고치를 보이지만 조증에서는 자정 무렵에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정상적으로 오후 3시에 최고치를 보이는 시간유전자(PER1/ ARNTL)의 발현은 조증에서 아침에 최고치를 보였다. 반면, 우울증에서는 코티졸 농도와 시간유전자의 발현이 심하게 미뤄진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생체리듬의 변동은 기분증상이 호전됨에 따라 정상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여 기분장애와 생체리듬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헌정 교수는 "현대인은 인공조명과 실내 생활로 생체리듬이 어긋나기 쉬운 환경에 살고 있다. 이것이 최근 현대인에서 조울증,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의 증가의 한 원인일 수 있다"면서 "기존의 약물치료 만으로는 한계를 보이는 조울증과 우울증의 치료에 생체 리듬을 바로잡는거나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등의 방안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증적인 치료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 및 예방 방법으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핀란드 국립보건원의 티모 파토넨(Timo Partonen) 교수는 이 연구와 함께 실린 코멘트를 통해 "이헌정 교수팀의 논문은 조울증의 의학적 이해를 넓히는 수준을 넘어, 조울증의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획기적인 계기"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