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건강, 지켜야 산다] #15 노인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할 '저혈압'

김선영 기자 2017.06.23 15:43

어지럼증·실신 유발…낙상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일러스트 최승희 choi.seunghee@joongang.co.kr


혈압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건강 지표입니다. 혈당·콜레스테롤과 함께 혈관 건강을 가늠하는 주요 수치인데요. 혈압을 제대로 알고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 생활의 첫걸음입니다. 일단 혈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혈압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피가 혈관을 지나면서 혈관 내벽에 상처를 냅니다. 이 부위에 계속 노폐물이 쌓이면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질환을 유발합니다.
 
반면 저혈압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은 부족한 편입니다.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는 인식 때문인데요. 그러나 노인은 저혈압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노인 특히 다리 근육이 부족한 노인은 일어서거나 식사 후에 어지러움·실신 등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고혈압이 아니라고 해서 무작정 안심할 게 아닙니다. 이번 열다섯 번째 이야기는 쉽게 보면 안 되는 ‘노인 저혈압’입니다.
 

저혈압은 정상(수축기 120/ 이완기 80Hg 미만)보다 혈압이 낮은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축기혈압이 100Hg 미만일 때를 의미하는데요. 혈압이 낮은 사람의 상당수는 체질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수축기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낮은 80~90Hg를 유지합니다. 원래 수축기혈압이 100Hg 이상이어야 혈액이 뇌까지 전달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혈압인 사람이 남보다 활력이 떨어지고 어지러움을 잘 느끼는 것입니다. 위장병·심부전처럼 원인 질환이 있을 때도 저혈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증상은 몸의 자세나 위치를 바꿀 때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일어설 때 3분 이내에 수축기혈압이 20Hg 이상 감소하는 ‘기립성 저혈압’이 대표적인데요. 일어설 때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다 실신하곤 합니다. 노인은 물론 10대 마른 여성에게도 많이 나타납니다. 보통 일어서면 중력 때문에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립니다. 그러면 심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혈액의 양이 확 줄어듭니다. 이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율신경 조절 기능이 즉각적으로 활성화합니다. 근육을 수축시켜 하지에 몰린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죠.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2016)


기립성 저혈압은 이런 회복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때 발생합니다. 오작동이 나타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파킨슨병·당뇨병성 신경병증 같은 신경질환이 있을 때입니다. 신경질환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노년의 ‘그림자’와 같습니다. 신경계의 노화와 퇴행성 변화가 질병과 관련이 깊습니다. 혈압을 조절하는 신경 자체에 이상이 생기면 저혈압 상태가 됐을 때 적절한 대처가 어렵습니다.
 
둘째는 노화입니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집니다. 몸속에 혈액의 양이 모자란 데도 혈관벽의 민감도가 둔해져 빨리 감지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은 더 떨어지게 되죠. 셋째는 다리 근육이 많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하체에 있는 혈액을 위쪽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건 심장이 아니라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입니다. 노인은 젊은 사람에 비해 근육량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부족하면 쉽게 넘어집니다. 골절이나 통증이 생기면 활동범위가 크게 줄어듭니다. 다리에 근육량이 적은 노인은 서 있으면 혈액이 다리에만 머물러 심장이나 뇌에 혈액 공급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고혈압·심부전증·협심증 등 심장병 치료에 쓰는 혈관확장제를 복용 중일 때입니다. 이 약은 혈관을 인위적으로 늘려 수축 기능을 낮추기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기 쉽습니다.
 

노인은 식사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식사를 하면 위나 장에서는 음식물을 소화·흡수하기 위해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합니다. 혈액이 다리와 위장관 쪽에 몰려 있다 보니 일어서는 순간 혈압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기립성·식후 저혈압이 있으면 쓰러질 때 다칠 위험이 큽니다. 노인의 경우 낙상하면 골절과 머리 외상 같은 문제가 생겨 건강의 치명타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혈압이 낮은 노인은 저혈압 증상이 심해지는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알고 있으면 피할 수 있으니까요. 우선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지 말아야 합니다. 일어날 때는 머리를 먼저 들지 말고 천천히 서도록 합니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할 때는 수시로 일어나 까치발을 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다리 근육이 잘 수축됩니다.
 
탄수화물 중심의 음식은 위장관에 있는 혈관을 확장시킬 수 있어 되도록 섭취를 줄이는 게 좋습니다. 평소에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을 해 하체 근육을 단련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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