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만큼 중요한 ‘유산 후’ 몸조리…어떻게 해야하나

김진구 기자 2017.06.13 09:02

10명 중 2명은 유산 경험…체계적 치료해야 건강한 임신 가능

출산 후만큼 중요한 게 유산 후다. 그러나 유산 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출산 후만 못한 게 현실이다.

유산시에는 출산 후 만큼 산모의 안정이 필요하다. 출산 후 생긴다는 산후풍은 유산 후에도 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한 번 유산은 습관성 유산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박경선 교수는 “출산뿐만 아니라 유산 후에도 조리가 적절하지 않은 경우 냉감, 관절통, 땀이 멎지 않는 증상 등 산후풍 증상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유산했을 때는 일반적인 출산보다 10배나 더 잘 조리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명 중 2명 유산, 건강한 임신 계획 필요
 

임신 20주 이전에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의 심박동이 관찰되지 않으면 자연유산으로 진단한다. 태아의 염색체 이상, 면역학적 원인, 호르몬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대부분 증상은 출혈로 시작한다. 몇 시간 또는 며칠 후 찌르는 듯함 복통이 뒤따른다. 출혈은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지속된다. 임신 초기에 20~25%의 임신부가 출혈을 경험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연유산인 것으로 보고됐다.


출혈이나 복통 증상이 없는 유산도 적지 않다. 태아의 성장은 정지됐지만 별다른 증상은 없는 계류유산이다. 입덧도 그대로 하는 경우가 있어 알아차리기 힘들다. 태아의 잔류물로 인한 출혈, 염증, 자궁 손상 등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체계적인 치료 통해 다음 임신 준비


한국 여성에서 자연 유산 확률은 22%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고령 산모가 늘며 자연유산 비율도 늘고 있다. 1회 이상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다시 유산할 확률은 25~3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음 임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충분한 영양공급과 안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유산 후 건강관리는 물론 건강한 다음 임신을 위해 중요하다. 한방에선 3단계에 걸쳐 체계적인 유산 후 관리를 돕는다.


강동경희대병원 여성건강클리닉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에선 어혈치료를 진행한다. 자궁 내 잔류물과 체내의 어혈을 제거하기 위해 당귀·천궁·포황 등이 포함된 생화탕 계열을 복용한다.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3~5일이 걸린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유산 후 허약해진 기혈을 보하여 회복을 도와주고 관절통·피로감 등 유산 후 후유증을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4~6주가 소요된다. 배란이 회복돼 생리가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 진행한다. 유산 시점 또는 환자 체질에 따라 궁귀조혈음(숙지황·익모초·향부자 등), 보허탕(택란·당귀·산약 등)을 처방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다음 임신을 위한 준비를 한다. 유산 후에는 염증을 예방하고 자궁이 충분히 회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하여 3개월 정도의 피임기간을 갖는 것이 좋은데, 이 기간 이 다음 임신을 위해 충분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적기다.


매월 생리 시작부터 배란기 직전까지 약 14일(난포기)간 배란과 착상에 유리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온경탕(맥문동·당귀·인삼 등), 조경종옥탕(숙지황·향부자·현호색 등), 육린주(숙지황·토사자·두충 등)을 처방한다. 침·뜸 치료를 병행해 기혈 순환을 촉진한다.

한편, 임산부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되는 국민행복카드(구 고운맘카드)는 유산 후 몸조리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병원, 한방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유산 후 회복을 위한 생활 가이드

- 담담한 단백질(소고기, 전복 등) 위주의 음식 섭취하기

- 과일, 야채 등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하기

- 혈액을 맑게 해주는 미역 등의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하기

- 찬물이나 차가운 바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 수술부위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탕목욕은 1개월 정도 피하기

- 유산 후 자궁의 충분한 회복을 위하여 3개월간 피임하기

- 관절에 무리가 될 수 있는 격한 운동이나 활동 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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