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잦던 30대 여성 눈 충혈 반복…알고 보니 ‘녹내장’

김진구 기자 2017.03.31 10:29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 손상…시야 좁아지다 실명 이를수도

서울 구로구에 사는 정미경(여·31·가명)씨는 평소 야근이 많다. 이따금 밤샘근무를 할 때도 있다. 밤샘근무 후에는 어김없이 눈이 침침하고 충혈됐다. 안약을 넣어도 그때뿐이었다. 증상은 며칠씩 이어졌다.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했지만, 만성피로 증상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병원에서 녹내장 진단을 받은 건 증상이 한참이나 진행된 뒤였다. 의사는 “하마터면 실명할 뻔했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안과 김용연 교수가 녹내장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사진 고대구로병원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안압이 올라가면 시신경이 손상되고, 이로 인해 시야가 점점 줄어든다. 시신경 이상 자체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온다. 증상이 심해지면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치명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는 2012년 58만여 명에서 2016년 80만여 명으로 4년 새 38.7% 증가했다.


눈의 앞부분은 방수라는 투명한 액체로 채워져 있다. 방수는 모양체에서 만들어진 후 홍채 가장자리의 섬유주를 통해 배출된다. 방수가 적절히 생성·배출돼야 안압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문제는 배출 통로에 이상이 생겼을 때다.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해 안압이 상승한다.


안압이 상승하면 시신경 섬유를 손상시킨다. 이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진다. 안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지만, 정상인은 적절한 범위(10~20㎜Hg)에서 유지된다.


과거에는 안압이 21㎜Hg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을 녹내장의 원인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상 안압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 등 높은 안압 이외의 다른 요소가 관여한다. 특히 한국에선 정상 안압이면서 녹내장인 경우가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녹내장의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원발개방각녹내장의 경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며 시력 손상이 올 때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색 변화 인지를 잘 못하고 눈앞이 희미해지거나 지속적으로 눈에 통증이 나타나며 이른 노안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폐쇄각녹내장은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과 시력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통증 때문에 구토나 발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녹내장을 치료할 때는 가장 먼저 약물로 안압을 조절해 증상의 진행을 막는다. 약물치료에도 안압조절이 어렵거나 시야 변화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게 된다.


고대구로병원 안과 김용연 교수는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말기일 가능성이 높아 진단이 늦어지는 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연 교수는 “이미 손상된 시신경으로 인해 좁아진 시야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 진단을 받게 된 경우 지속적인 관리로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40세 이후엔 녹내장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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