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 김모씨는 요즘 들어 부쩍 만사가 귀찮고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지난 1년 동안 수험생인 딸을 수발하느라 힘들었지만 다행히 대학에 합격해 한시름 놓은 상태다. 이제는 마음을 졸일 일이 없지만 이상하게 체력이 바닥난 기분이다.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며 자꾸 짜증이 났다. 몸 상태가 걱정돼 병원을 찾은 김씨는 질병이 있는지 몇 가지 검사를 해 봤지만 모두 정상 소견으로 나왔다. 의사는 우울증으로 진단해 약물 치료를 권했다. 한달 가량 지난 지금 김씨의 상태는 한결 좋아졌다.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10%는 일생 동안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 이런 우울증 증상은 겨울철이면 더 심해진다. 늦가을이나 초겨울부터 증상이 시작돼 겨우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계절의 변화가 기분에 심각한 영향을 줘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한다.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계절에 영향 받는 우울감…계속되면 치료 받아야
우리의 뇌에는 생활리듬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가 있다. 생물학적 시계는 계절에 반응하는데, 특히 하루 중 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반응한다. 수 천 년 동안 인간의 생활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에 맞춰져 있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는 것이 대표적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어떻게 다를까. 대부분의 우울증은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의욕 상실 증상을 보인다.
일반 우울증은 식욕 저하를 동반한다. 그러나 계절성 우울증은 많이 먹고 단 음식과 당분을 찾는다.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찐다.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을 겪는다. 반대로 계절적 우울증 환자는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잠이 너무 많이 온다. 오히려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으로 봄이 되면 점점 사라진다.
이런 증상이 계속 이어지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매일 일정한 기간 동안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나 항우울제 투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우울감을 경험한 경우라면 낮 동안에 야외활동을 늘리고 주위 환경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바꿔주는 것이 좋다.
[계절성 우울증 이렇게 극복해보세요!]
첫째,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좋다. 아침에 일어나 방 안의 불빛을 아주 밝게 하고 낮 동안에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잠을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는 습관을 들인다. 또 균형적인 식생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비타민제 복용이나 하루 8잔 정도의 수분 섭취를 통해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면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 평소보다 야외활동을 늘리거나 걷기,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에너지를 높인다. 신체·정서적으로 모두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낮 시간에 실외에서 운동을 하면 햇빛을 쬐는 효과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넷, 우울한 마음이 들 때는 감정을 표현하고 분출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 동료들과의 대화를 나눠본다. 함께 취미·여가생활을 즐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