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침침해 진료실을 찾는 노년층 환자가 많다. 대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안이라고 생각한다. 노안은 원근을 조절하는 수정체가 탄력을 잃어 초점 조절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먼 곳은 잘 보이지만 가까운 거리는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게 보인다. 하지만 눈이 침침하다고 모두 노안은 아니다.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녹내장도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시력을 잃는다.
▲ 부산대병원 안과 이지웅 교수 |
최근 녹내장 환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09년 40만 명 수준이던 환자가 2013년엔 63만 명을 넘어섰다. 매년 녹내장 환자는 15%가량씩 늘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녹내장인지 모르고 지내며 병을 키우다가 눈이 이상하다며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녹내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다.
흔히 안압이 높으면 녹내장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녹내장은 주로 눈의 압력이 높아져 빛을 받아들이는 시신경이 천천히 손상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국내 녹내장 환자의 77%는 안압이 정상인 정상안압 녹내장이다.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도근시·수족냉증·고혈압·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녹내장 발병 위험이 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녹내장 등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40세 이상이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녹내장 환자 77% 안압 정상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다. 녹내장을 앓으면 주변 시야가 손상돼 아예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한 결과, 시야가 뿌옇거나 침침하게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눈이 침침해지면 녹내장을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녹내장이 무서운 이유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예전 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해 꾸준히 치료·관리하면서 녹내장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됐다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 현재 녹내장은 약물(점안제)·수술 등의 방법으로 안압을 조절·관리하면서 시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환자의 상당수는 점안제로 시신경의 손상을 막는다. 평생 안약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약물치료에도 걸림돌이 존재한다. 점안제에는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약이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보존제인 ‘염화벤잘코늄’을 포함하고 있다. 녹내장 치료를 위해 이 성분에 자주 노출되면 안구건조증이나 작열감·따가움·충혈·이물감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결국 불편하다는 이유로 의사와 상담하지 않고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을 꾸준히 점안하지 않는다. 이런 습관은 치료 효과를 떨어뜨려 녹내장이 다시 진행한다.
최근 이런 불편감을 줄인 무보존제 녹내장 점안제가 나왔다. 장기간 점안해도 안전하게 안압을 관리할 수 있어 해외에서도 장기 안압 관리에 유용한 약제로 많이 권고하고 있다. 실제 무보존제 점안제를 사용한 후 안구건조증·충혈 같은 불편감이 52.4%에서 7.8%로 현저히 개선한 것으로 보고됐다.
녹내장은 꾸준한 안압 관리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 눈이 건조해 불편하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점안제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부산대병원 안과 이지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