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질환 초기부터 단계별로 치료해야 효과적”

신영경 기자 2024.06.11 10:38

[인터뷰] 김경준 부산힘찬병원 척추센터 원장

허리 통증은 세월이 만들어낸 흔적과도 같다. 몸의 기둥 역할을 하는 척추가 나이 들수록 균형이 깨지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퇴행성 변화다. 특히 디스크로 알려진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은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척추 질환으로 꼽힌다. 이들 질환은 참을수록 손해다.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신체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초기부터 단계적으로 척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힘찬병원 척추센터 김경준 원장에게 일상을 괴롭히는 척추 질환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들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척추 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인가.
“허리 통증은 현대인이 겪는 흔한 증상이다. 다만 통증이 극심하거나 자주 발생한다면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추간판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에 있는 말랑말랑한 추간판(디스크)이 손상되거나 파열돼 내부 물질이 탈출한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신경을 압박하게 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허리 통증과 하지방사통, 다리 저림이 주로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져서 신경을 압박하는 상태다. 이땐 특히 오래 서 있거나 걷는 게 어려워진다. 다리를 쭉 폈을 때 더 아프고 구부리면 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쉽게 말해 디스크는 자갈돌이 들어 있는 신발을 신은 거고, 협착증은 본인한테 맞지 않은 작은 신발을 신은 상태인 거다.”

-통증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는 환자가 적잖다.
“증상을 방치하다가 통증이 심해진 후에야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많다.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그렇다. 척추 질환은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통해 다스려야 한다. 초기라면 약물치료, 주사 치료, 시술 등과 같은 비수술적 보존 치료로 증상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뒤늦게 찾으면 치료가 더 까다롭고 그만큼 회복 기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척추 질환이 의심되면 빠른 시일 내로 검사를 받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법을 결정하는 기준은 뭔가. 
“치료법은 다양하다. 정해진 건 없다. 결국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환자가 얼마나 증상을 심하게 느끼느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 기본 원칙은 약물치료와 가벼운 물리 치료, 도수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다. 디스크 손상이 크지 않다면 대부분 약만 먹어도 좋아진다. 보다 확실하게 진단하려면 MRI 검사가 필요하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10% 정도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고 대소변 장애나 마비 증상까지 생겼다면 비수술 요법만으로는 치료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시술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는데.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더 심한 환자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확장술을 하게 된다. 기존 신경성형술은 철사가 들어있는 가느다란 빨대 모양의 관을 이용해서 엉겨 붙어있는 유착을 박리해 염증 유발 물질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여기서 더 발전된 풍선확장술은 풍선을 이용해 협착된 추간공을 확장시켜주는 방식이다. 최소침습적 치료법으로 시술 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비수술적 치료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시술의 장점만 크게 부각돼 남발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정확한 진단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순서다. 과도한 치료가 이뤄지는 사례를 경계해야 한다. 또 수술을 피하기 위해 시술하는 경우 치료 효과가 환자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치료에 대한 기대 효과를 확실히 알고 하는 게 좋다.” 

-수술적 치료로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 대세인 것 같다.
“가장 최신의 최소침습 수술로 각광받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절개 수술은 조직 손상과 수술 후 통증 위험이 큰 편이었다. 대부분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출혈량도 많았다. 하지만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최소침습적 수술로 다양한 척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단방향 내시경 수술에서 구멍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기구의 자유도가 더 주어진다. 단방향과 양방향 내시경 모두 장점이 있다.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고 수술하는 의사의 선호도에 따라 단방향, 양방향 수술로 나뉘게 된다.”

-수술 회복 기간은 어느 정도 되나.
“내부 손상이 적은 만큼 회복도 빠르다. 회복 기간은 수술하고 퇴원까지 보통 3일 정도로 보면 된다. 빠르면 치료 당일 보행이 가능하다. 2주 뒤면 가벼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최소침습적 치료로 신체적 부담이 적어 수술이 어려운 고령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있다면.
“척추 건강은 젊을 때 잘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허리가 무너진다. 평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병이 의심될 땐 바로 병원을 찾는 게 현명하다. 주변 치료 케이스를 자신에게 그대로 대입하는 건 금물이다. 병원과 의료진, 치료법을 유명세에 의존해 선택할 경우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잘 맞는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진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치료를 지양하고 단계별로 치료하면서 수술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병원을 찾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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