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극성을 부리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무좀입니다.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그동안 얌전했던 무좀균이 빠르게 번식합니다. 발바닥은 물론 발가락 사이, 손·발톱, 머리, 옆구리, 겨드랑이 등으로 번집니다. 무좀은 어설프게 치료했다가 재발하기 쉽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좀균이 온 몸으로 퍼져 치료 기간도 길어집니다.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무좀균에 재감염되기도 합니다. 평생 무좀에서 못 벗어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무좀약 고르는 법을 소개합니다.
무좀 발생 부위에 따라 사용하는 약 달라
무좀은 피부 각질을 먹고 사는 진균(곰팡이)에 감염되면서 발생합니다. 무좀균은 땀이 잘 차는 손발톱과 발에 잘 번식합니다. 전체 무좀환자의 77.7%는 이 부위에 감염돼 치료합니다.
무좀 치료에서 살펴야 할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무좀 발생부위입니다. 어느 부위에 무좀이 생겼느냐에 따라 피부 각질층의 두께가 달라 사용 가능한 약이 다릅니다. 약 형태에 따라 피부 침투력이 달라서입니다.
라미실·카네스텐 같은 연고·크림형 무좀약은 발·몸통·손 등 피부에 발라야합니다. 피부가 약 성분을 흡수해 무좀균 증식을 억제합니다. 연고·크림형 무좀약을 바를 때는 무좀이 생긴 부위뿐만 아니라 주변 정상 부위에도 넓게 발라야 효과적으로 재발·재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손발톱 무좀은 두껍고 딱딱한 손발톱을 통과할 정도로 약물 침투력이 뛰어난 네일라카 타입의 손발톱 전용 치료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풀케어·로푸록스·로세릴 같은 약이 대표적입니다. 무좀균이 증식해 두꺼워진 손발톱 아래 서식하는 손발톱 무좀균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합니다. 연고·크림형 형태의 무좀약으로는 약물이 침투하지 못 합니다.
참고로 같은 손발톱 전용 무좀약이라도 피부 침투력에 따라 바르는 방식이 다릅니다. 약물의 피부 침투력이 우수한 풀케어는 손발을 씻고 건조한 다음 곧바로 바르면 됩니다. 반면 로세릴·로푸록스는 손발톱 표면을 사포로 갈아낸 뒤 사용해야 합니다.
일단 바르는 무좀약으로 치료를 시작했다면 무좀균을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발 무좀은 연고·크림형 무좀약을 4~8주 정도, 손발톱 무좀은 새로운 손발톱이 자랄 때까지 손톱 24~36주, 발톱 52주 정도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증상이 없어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무좀균에 재발·재감염돼 초기 무좀 치료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제품을 선택할 때 사용 편의성과 완치율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 풀케어는 손발톱 무좀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48주 동안 약을 바르고 이후 12주 동안 추가로 추적 관찰한 결과, 완치율이 대조군보다 119%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둘째로 임상적 증상을 고려해야 합니다. 손발톱이든 발이든 바르는 형태의 무좀약은 초기에만 효과적입니다. 손발톱 무좀은 전체 무좀 감염 부위가 50%미만일 때, 발 무좀은 각질이 두껍지 않고 피부 염증·고름이 없을 때입니다. 중증 이상이면 약을 바르는 국소적인 치료법으로는 무좀균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치료도 까다로워집니다. 무좀이 생긴 피부는 2차 감염에 취약합니다. 봉와직염이 대표적입니다. 무좀으로 갈라진 피부 틈으로 세균이 침입해 심각한 염증을 유발합니다. 진물이 나고 만지기만해도 통증이 심합니다. 또 가려운 곳을 긁다가 손을 통해서 무좀균이 온 몸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이때는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발 무좀 초기 치료에는 라미실을 우선 고려
마지막으로 무좀 원인균인 진균(곰팡이)의 종류를 살펴야 합니다. 진균은 크게 피부사상균, 칸디다균, 효모균으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약마다 무좀 원인균의 치료 범위와 편의성, 사용 가능 연령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무좀은 T. rubrum(트리코피톤 루브롬), T. mentagrophytes(트리코피톤 멘타그로피테스), E. floccosum(에피더모피톤 플로코섬) 같은 피부사상균에 감염된 경우가 90% 이상입니다. 따라서 보편적인 무좀균인 피부사상균 억제에 특화된 알릴아민계열 항진균제인 테르니바핀 성분(라미실·무조날·로시놀 등)을 우선 추천합니다. 다만 테르니바핀 성분은 드물게 칸디다균이나 효모균 같은 진균에 감염된 무좀은 치료하지 못합니다.
테르니바핀 성분은 치료 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입니다. 무좀약은 치료기간이 길수록 복약순응도가 낮아 치료율이 떨어집니다. 테르니바핀 성분은 하루 1~2회씩 1~4주 정도 꾸준히 바르면 무좀균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대개 일주일 정도면 무좀 증상이 완화됩니다. 최근에는 한 번만 바르면 약효가 13일 동안 유지되는 제형도 나와 치료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아졸 계열의 항진균제 클로트리마졸 성분(카네스텐)은 가려움증이 심하거나 광범위한 진균에 감염됐을 때 효과적입니다. 클로트리마졸 성분은 피부사상균을 비롯해 칸디다균, 효모균까지 여러 종류의 진균을 억제해 치료 범위가 넓습니다. 또 살균·소독작용이 뛰어난 벤질 알코올이 포함돼 있어 가려움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합니다.
클로트리마졸 성분은 유·소아 안전성이 우수합니다. 온 가족이 동시에 무좀을 치료할 때도 좋습니다. 무좀균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에게 쉽게 전염됩니다.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발표된 국내 논문에 따르면 무좀 환자의 절반(54.6%)은 가족 중 무좀 환자가 있었습니다. 무좀균은 피부 각질 조각을 통해 타인에게 전파됩니다. 각질은 특히 실내에서 맨발로 걸어 다닐 때 잘 떨어집니다.
다만 치료 효과가 느립니다. 클로트리마졸은 치료기간이 테르니바핀보다 2~4배 깁니다. 비슷한 무좀 치료효과를 얻으려면 하루 2번씩 4주 정도 꾸준히 발라야 합니다. 그만큼 치료 기간이 길어져 편의성이 떨어집니다. 실제 발 무좀 환자를 대상으로 무좀의 치료효과를 비교한 결과 4주 후 무좀균 치료율이 테르니바핀은 93.5%, 클로트리마졸은 73.1%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도움말: 오성곤 성균관대 약대 겸임교수
※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약 이야기'에서 다루겠습니다.(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