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교수가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에게 MRI 검사를 시행한 뒤 지연성 뇌 손상 발생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지연성 뇌 손상은 일산화탄소 중독에서 회복된 환자 10명 중 2~4명에게 발생한다. 이름처럼 중독 후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수일~수주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증·보행장애·대소변조절장애 등을 비롯해 정신이 혼탁해지거나 우울증·망상 등을 겪기도 한다. 응급처치 후 멀쩡하게 퇴원했는데 뒤늦게 뇌 손상이 발생해 심각한 장애가 남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특징으로 지연성 뇌 손상을 '신경정신학적 후유증'이라고도 부른다.
연구팀은 급성기에 촬영한 뇌 MRI에서 지연성 뇌 손상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2011~2015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387명을 대상으로 뇌 MRI를 분석했다.
지연성 뇌 손상 발생률 비교표 [사진 서울아산병원]
특이도 90%로 예측 가능해
그렇다면 지연성 뇌 손상의 확률이 높은 환자의 MRI는 어떤 모습일까. 연구팀은 지연성 뇌 손상이 발생한 환자의 뇌 MRI 결과는 ▶창백핵 병변 ▶미만성 병변 ▶국소 병변 등 세 가지 패턴으로 분류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연성 뇌 손상 환자의 MRI 공통 패턴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전상범 교수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급성기 뇌 병변을 관찰해 차후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치료는 단순 응급처치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연성 뇌 손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을 치료하고 지연성 뇌 손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챔버’라는 의료장비를 이용한 고압산소치료다. 일산화탄소는 산소 대신 적혈구 혈색소와 결합해 조직의 산소 전달을 방해하는 데, 고압산소치료는 혈중 산소 농도를 의도적으로 높여 일산화탄소를 해독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수도권에 2~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는 “고압산소치료법 등을 연계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치료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