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 유발 세균, 동맥경화 악화시킨다

윤혜연 기자 2018.03.23 14:43

세균 속 ‘HSP60’, LDL 콜레스테롤 산화시켜 염증 유도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10회 잇몸의 날' 행사에서 주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교수진들이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윤혜연 기자]

치주염을 일으키는 주요 세균이 동맥경화를 발생·악화시키는 기전이 밝혀졌다.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치주과학교실 주지영 교수(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연구팀은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10회 잇몸의 날(3월 24일)’ 행사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치주염은 성인 유병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치주질환 및 치은염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수만 1500만 명이 넘는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구강 질환이지만 심혈관질환을 비롯해 황반변성·당뇨·암 등 다양한 전신 질환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일부 임상에서는 잇몸 상태를 점검해 특정 질병을 추측하는 하나의 지표로 활용하기도 했다.
 
주 교수 연구팀은 치주염과 동맥경화증, 그 중에서 치주염 유발 세균이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 과정에 주목했다. 동맥경화증은 점차 혈관이 막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주요 심혈관질환이다. 동맥경화는 ‘혈관내피 손상→LDL콜레스테롤의 산화→거품세포 형성→염증유도 물질 분비’의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주염 발병의 주요 세균으로 알려진 ‘P.진지발리스균(Porphyromonas gingivalis)’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악화시킨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었으나 구체적인 기전을 밝혀낸 연구는 거의 없었다. 주 교수 연구팀은 세포 실험을 통해 P.진지발리스균 내부의 ‘HSP60 펩타이드’가 동맥경화의 핵심 과정인 ‘LDL 콜레스테롤 산화’와 ‘거품세포 형성 촉진’ 과정에 크게 관여하는 것을 밝혀냈다.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균인 페렴균 속 ‘HSP60 펩타이드’와 비교했을 때 P-진지발리스균에 의해 LDL 콜레스테롤이 더 강력하게 산화되는 것도 관찰했다. 산화가 심할수록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치주염 유발 세균의 특정 성분이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과정을 밝혔다”며 “치주염 세균 백신이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주염 세균이 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지 않은 사람은  잇몸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 치주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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