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약발 안 듣는 두통 ‘ 뇌 속 시한폭탄’ 카운트다운 신호?

김진구 기자 2017.06.19 09:19

흔적만 남기는 뇌 소혈관 질환

흔적만 남기는 뇌 소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은 ‘뇌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굵은 혈관(뇌동맥·대혈관)일수록 치명적이다. 반면 얇은 혈관(소동맥·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별 증상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폭탄이 불발에 그친 것은 아니다. 작지만 분명한 흔적을 남긴다. 그 중 하나가 두통이다. 전체 두통의 10%가 뇌혈관 질환과 관련 있다. 작은 폭발의 흔적은 큰 폭발을 예측하는 단서가 된다. 이 단서를 잘 포착하고 대처하면 큰 폭발(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

"뇌 부위별 소혈관은 외길
막히면 혈액 공급 중단
어지럼증도 증상의 하나"

혈관은 마치 나무와 같다. 두꺼운 줄기(동맥)에서 가지(소혈관)로, 다시 잎사귀(미세혈관)로 갈라지며 몸 곳곳에 혈액을 전달한다. 심장에 가까울수록 혈관이 굵고 튼튼하다. 멀수록 가늘고 취약하다. 뇌의 소혈관은 더 쉽게 손상된다. 혈관이 뻗어 나가는 모양새가 다른 장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뇌혈관은 ‘가지’에 해당하는 소혈관과 미세혈관이현저히 적다. 다른 장기에서는 혈압이 여러 혈관으로 적절히 분산되지만 뇌에는 소혈관이 적다 보니 각 혈관에 걸리는 부하가 크다.
 
발병 위험 뇌졸중 5배, 치매 3배 
뇌의 소혈관 질환이 문제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우회로가 없다. 다른 장기는 소혈관 하나가 막혀도 다른 소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는다. 뇌는 각 부위에 연결된 혈관이 하나뿐이다. 그 길이 막히면 혈액이 전달되지 않는다. 둘째, 조그만 손상에도 기능이 쉽게 저하된다. 간의 경우 절반이 망가져도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뇌는 미세한 상처에도 마비나 장애가 남는다.
 
환자가 소혈관에서 발생한 문제를 증상으로 자각하기 어렵다. 큰 혈관에서 발생한 뇌경색·뇌출혈은 즉시 심각한 마비가 온다. 같은 뇌경색·뇌출혈이라도 소혈관에서 발생하면 증상이 심하지 않다. 운동 기능이나 감각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나마 알아차리기쉽지만,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면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소혈관 문제를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뿐 앞으로 심각해질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노인병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소혈관 질환과 대혈관 질환의기대여명 차이는 9~15개월에 그친다. 소혈관에 발생한 뇌경색을 모르고 지나쳤을 경우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5배, 치매위험이 3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이 밖에도인지 기능 저하, 보행속도 저하, 우울증, 요실금, 흡인성 폐렴 등이 뇌 소혈관 질환과 관계있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에선 노인 10명 중2~3명이 무증상 뇌경색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혈관 질환은 진단이 쉽지 않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도 잡아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미세한 혈관은 촬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해상도 MRI라도혈관이 전반적으로 좁아진 상태라면 관찰되지 않는다. 다만 추측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같은 흔한 증상이소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전체 두통의 10%는 뇌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으며 나머지 90%는 편두통, 긴장성 두통, 군발 두통,염증성 두통이다.
 
두통마다 전형적인 증상이 있다. 염증에의한 두통은 고열을 동반한다. 편두통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3시간에서 3일간 지속된다. 일반 두통약이 듣지 않는다. 구역·구토를 동반하고 빛·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있다. 뒷머리에 띠를 두른 것처럼 나타난다.오전보다 오후에 심한 편이다. 목·어깨가 뭉치기도 한다. 두통약이 잘 듣고 스트레스상황이 해소되면 좋아진다. 군발 두통은 귀뒤쪽으로 뻗치는 듯한 느낌이 특징이다. 눈물·콧물·코막힘·결막충혈을 동반한다

두통과 함께 감각에 이상을 느끼거나 시야가 좁아지고 발음·보행·삼킴·기억력에 장애가 나타난다면 뇌혈관 질환을 의심한다. 남양주우리병원 박일(순환기 내과전문의) 원장은 “일반 두통약으로 잘 낫지 않는다면 우선 편두통이나 뇌혈관 질환에 의한 두통일가능성이 크므로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받는 게 좋다”며 “혈류가 개선되지 않는 한나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각 이상, 시야 축소 땐 의심 
어지럼증은 회전성과 비회전성으로 나뉜다.회전성은 빙빙 돌듯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전정계는 말초 전정계와 중추 전정계로 나뉘는데, 중추 전정계 문제를 방치할 경우 뇌혈관 질환으로 나타날가능성이 크다. 어지럼증은 오히려 말초 전정계 질환이 훨씬 심하다. 전체 어지럼증의90%가 회전성 어지럼증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추 전정계 이상이 원인이다. 박일 원장은 “적지 않은 두통·어지럼증이 뇌혈관 질환에 의한 증상”이라며 “흔한 증상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신체 기능 저하가 함께 나타나거나 고령·비만·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위험 인자가있다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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