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증상이 있을 때다.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 과다다. 생리 양이 많아지고 기간이 길어져 빈혈이 생기기 쉽다. 종양의 크기가 커지면 주변 장기를 압박하기도 한다. 민트병원 김재욱(영상의학과 전문의) 대표원장은 “자궁근종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상이 나타나 불편을 초래하거나 통증을 유발하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자궁근종이 생기면 자궁을 제거하는 적출술을 많이 시행했다. 그러나 적출술은 환자가 심리적으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 마취·출혈 등 수술에 대한 부담도 적출술을 꺼리는 이유다. 요즘에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다양해졌다. 최근 미국산부인과학회와 의료계 권위 학술지(NEJM)에서 발표한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궁을 보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크게 세 가지다. 비수술법인 ‘자궁근종 색전술’ ‘MRI 유도 하이푸(집속초음파치료)’와 자궁내시경·복강경을 활용해 자궁근종만 떼어내는 ‘자궁근종 절제
술’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비수술법이다. 젊은 환자는 자궁 보전에 대한 욕구가 높은 데다 대부분 직장인이라 빠른 회복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 에너지로 고열을 발생시켜 종양을 익혀 괴사시킨다. 시술은 영상을 보면서 진행하는데, 방식은 MRI와 초음파 두 가지다.
‘MRI 유도 하이푸’는 시술 시 MRI로 시술의 전 과정을 관찰·감시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우선 MRI 영상으로 자궁근종의 정확한 위치와 부피를 파악한다. 그런 다음 초음파를 집중시켜 56도 이상의 열로 근종을 익힌다. 이때 근종과 주변 장기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안전하다. 특히 MRI 유도 하이푸는 시술 중에 원하는 부위가 제대로 치료됐는지 치료 결과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초음파 유도 하이푸’는 부위별 온도를 파악할 수 없다. 온도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자궁이나 주변 장기와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영상 범위에서도 차이가 난다. MRI는 치료 부위 전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골반강 내 모든 장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초음파는 영상으로 볼 수 있는 범위가 치료 부위로 한정적이다. 김재욱 대표원장은 “MRI 유도 하이푸는 안전성과 치료의 정확도가 높다”며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치료용으로 승인받은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MRI 유도 하이푸는 근종을 이루는 세포의 성분이 열에 잘 반응하는 ‘마른 근종’일 때, 종양의 크기가 8㎝ 미만일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수 있다.
배꼽에 구멍 뚫어 근종 말끔히 절제
‘자궁근종 색전술’은 자궁근종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근종을 굶겨 죽이는 원리다.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의료용 튜브를 이용해 자궁근종으로 가는 혈관을 미세입자(색전제)로 차단한다. 괴사한 근종의 크기가 줄면서 증상도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여러 형태의 근종이 복합적으로 있는 다발성 근종, 10~12㎝ 크기의 큰 근종을 단 한 번의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자궁내시경 절제술’은 피부를 절개하지않는 대신 자궁경부(질) 쪽으로 자궁내시경을 삽입해 근종을 제거한다. 위·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떼어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근종이 자궁내막에 생겨 생리 과다 증상이 심한 경우 치료 효과가 크다. ‘복강경 절제술’은 복부에 낸 구멍으로 복강경을 넣어 종양을 떼어낸다. 자궁에 뿌리를 두고 줄기처럼 자궁 외부로 돌출된 근종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민트병원 김하정(산부인과 전문의) 원장은 “배꼽에 구멍을 하나만 내 치료하면 복부에 3~4개의 구멍을 뚫는 것보다 통증과 회복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며 “배꼽은 주름져 있어 흉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트병원은 자궁근종의 모든 표준 치료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환자별로 최적화한 맞춤 치료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 김 대표원장은 “임상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의료진이 의학적 치료 기준을 바탕으로 환자의 선호도와 상태를 고려해 치료법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민트병원 김재욱 대표원장
“ 자궁적출술 고집 땐 다른 병원 가서 상담 받아 보세요”자궁은 여성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임신과 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 있어 자궁근종 치료에는 정확성과 세심함이 요구된다. 민트병원 김재욱(사진) 대표원장에게 치료법 선택 시 주의할 점을 물었다.
-자궁근종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뭔가.
“대표적인 증상은 생리 과다와 생리통이다. 또 복부 팽창이나 빈뇨, 빈혈도 생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보기 전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무릎을 세우고 아랫배를 만졌을 때 단단함이 느껴진다면 자궁근종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병원을 방문해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진단하려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촉진·검사를 통해 증상이 근종과 관련이 있는지 평가한다. 검사할 때는 초음파와 MRI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특히 근종의 위치·크기·개수를 확인하는 건 물론 자궁선근종·자궁내막증·자궁내막암 등 다른 질환이 아닌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자궁근종 외에 동반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병원·치료법 선택 시 주의할 점이 있다면.
“자궁근종 치료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근거가 정립된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의료진이 자궁적출술을 고집할 경우 다른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다양한 치료를 모두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다. 자궁근종은 어느 진료과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곤 한다. 우리 병원의 경우 어떤 의사가 진료하든 정해진 표준 지침에 따른다. 최적의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 의료진끼리 수시로 논의한다. 치료법을 제시할 때는 환자가 처한 사회적·경제적인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배제하면 환자가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의학적 기준과 환자 상황을 모두 고려한 치료법이 진정한 맞춤 치료다.?
-치료를 받은 후 재발 가능성은 없나.
“자궁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이상 재발 가능성은 항상 있다. 여기서 재발이란 치료한 근종 외에 새로 근종이 생겨난 경우,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았던 근종이 자라서 문제를 유발한 경우를 말한다. 자궁근종 치료를 받은 사람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최소 1년에 한 번씩 검사해 근종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