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결핵과의 전쟁…당신은 괜찮은가요?

권선미 기자 2017.03.24 09:07

결핵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결핵은 한국인을 끈질기게 위협하는 감염병이다. 이전에 비해 위생·영양상태가 개선되면서 결핵에 걸리는 사람은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만 매년 3만 여명 이상이 새로 결핵으로 진단 받는다. 결핵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사망하는 사람도 2000여 명이나 된다. 어지간한 결핵약은 치료가 안되는 다제내성 결핵(일명 수퍼 결핵)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치료하느냐’다. 결핵은 얼마나 내성을 잘 관리했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한국인 3명 중 1명은 몸 속에 이미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는 잠복결핵 환자다. 조금만 방심하면 결핵이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오늘(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산업혁명 당시 전세계적으로 창궐했던 결핵은 사망률이 50%나 돼 걸리면 죽는 병으로 인식됐다. 그러다가 1882년 3월 24일 독일의 의사이면서 세균학자인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결핵균 발견은 치료제·예방 백신 개발로 이어졌고 치명적인 결핵의 위협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소리없이 다가오는 결핵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OX 형식으로 알아봤다.
 

check 1. 어렸을 때 결핵예방백신(BCG)를 접종하면 평생 괜찮다(X)

아쉽게도 BCG는 결핵을 완전히 예방하지 못한다. BCG 접종은 신생아와 어린이에게 생길 수 있는 중증 결핵을 예방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결핵에 쉽게 감염된다. 결핵균이 침투했을 때 50% 정도는 결핵에 감염된다. 10% 가량인 성인에 비해 결핵 감염 위혐이 5배나 높은 셈이다. 여기에다 폐결핵이나 결핵으로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인 합병증(결핵성 뇌수막염·결핵성 골수염)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높다. BCG의 효과는 10~15년 정도. 이 때문에 15세 이후 결핵환자가 늘어난다. BCG를 접종을 했다고 평생동안 결핵에서 안전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check 2. 결핵에 걸렸다 나으면 면역이 생긴다(X)

간혹 자신도 모르게 결핵에 걸렸다 회복한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다시 결핵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몸 안에 결핵균이 소수 살아있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떨어지면 숨죽이고 있던 결핵균이 다시 활동해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 바로 잠복결핵이다. 실제 결핵균 감염자 90%는 단순 잠복결핵 감염상태를 유지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은 이같은 잠복결핵 환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잠복결핵 환자 5~10%는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결핵은 공기로 전염되는 병이다. 기침을 통해 폐에 있는 균이 밖으로 나와 떠돌아다니면서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옮겨진다. 복잡한 버스·지하철처럼 좁은 공간에 사람이 집단으로 몰려있는 곳에서 쉽게 감염된다. 악수나 물건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는 결핵균에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결핵으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면 2주일 안에 전염성은 사라진다.

check 3. 결핵은 완치 가능하다(O)

일반적으로 6개월 가량 꾸준히 치료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약물 내성관리다. 치료 중간에 약을 띄엄띄엄 먹거나 약 복용을 중단하면 결핵균이 약물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진다. 기존 결핵 약에 내성이 생기는 난치성 결핵(다제내성 결핵·광범위내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는 “일단 결핵이 발병하면 내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핵 약물치료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려 치료 기간이 길다. 여기다 먹어야 하는 약 종류·갯수도 많다. 약물내성이 나타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한 번에 10~15알을 동시에 먹는다. 이렇게 다량의 약을 장기간 먹다보니 속이 미식거린다거나 잔기침·고열 같은 약 부작용을 겪는 환자는 치료 스케줄에 맞춰 약을 먹는 것을 힘들어 한다. 결핵을 잘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꾸준한 약 복용이 중요하다.

check 4. 약 좀 잘 안 먹었다고 죽지는 않는다(X)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결핵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약물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어렵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약이 없어서다. 결핵이 악화되는 것을 눈 뜨고 봐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장복순 교수는 “약을 띄엄띄엄 먹으면 난치성 결핵(다제내성 결핵·광범위내성 결핵)으로 진행하기 쉽다”고 말했다. 치료기간은 길어지지만, 치료 성공률은 떨어진다. 일반 결핵치료는 성공률은 80%이상 이다. 반면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은 여기서 크게 줄어든 28%가량이다. 광범위 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은 더 낮다. 치료 기간도 달라진다. 일반 결핵은 6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다제내성 결핵은 집중 치료기간 8개월, 2차 약물 치료까지 총 18~24개월이 걸린다. 

다행히 최근 새로운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한국얀센의 다제내성 결핵치료제 ‘서튜러’·한국오츠카제약의 다제내성 결핵치료제 ‘델티바’등)가 개발·소개되면서 치료환경이 나아지고 있다. 우선 신약을 먹으면 하루 최대 20알씩 먹어야 했던 약 복용량이 줄어 약 복용 부담감이 적다. 또 결핵균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기간이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40일 이상 단축시켰다. 이런 신약을 추가로 복용하면 치료 성공률이 20%가량 좋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치료 성공 가능성을 높여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건강한 사람과 폐결핵 환자의 흉부X선 사진 비교

건강한 사람(사진 제일 왼쪽)은 폐 부분이 까맣게 나오지만, 결핵으로 폐에 염증이 나타나면 X선에서 하얗게 보인다. 결핵 진행정도에 따라 염증이 좁쌀처럼 곳곳에 하얗게 표시(가운데 화살표)되거나 폐가 전체적으로 파괴돼 하얗게 보이기도 한다(오른쪽).
 

check 5.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이 나오면 괜찮다 (X)

결핵은 일차적으로 흉부 X선으로 진단·검사한다. 결핵을 앓았던 사람은 폐에 반흔 또는 석회화를 남긴다. 흉부 X선으로는 이렇게 남긴 흔적을 보고 결핵 여부를 파악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 결핵을 앓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흉부 X선 사진으로는 결핵 활동성을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또 같은 사진을 분석해도 영상판독 전문가 사이에서도 판독소견이 다소 다르다. 같은 사람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같은 사진을 분석해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20%나 달한다. 흉부X선 검사를 결핵 진단하는데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흉부 X선 검사 등으로 결핵이 의심되면 추가로 결핵균 검사(객담 도말검사·객담배양검사)를 진행해 결핵여부를 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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