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주부 양선화(41·가명)씨는 최근 부쩍 중학생이 된 딸과 싸움이 잦아졌다. 싸움의 원인은 스마트폰이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로 딸은 5분 단위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모양인데, 정도가 지나친 것 같아 걱정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짜증과 신경질이 돌아온다. 딸의 스마트폰 집착은 날로 심해지는데, 마냥 두고 볼 수도 무조건 못하게 할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스마트폰 중독이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29.2%였다. 최근 3년 새(2011~2014년) 11.4%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하는 등 상승세도 가파르다. 이미 인터넷 중독(12.5%)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몰입해 중독 수준에 이르게 되면 여러 가지 신체·심리적 문제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의 아동청소년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연구하고 있는 ‘Clinic I-CURE’ 연구팀의 권용실 교수(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따르면 중독 증상으로 ▲갈망 ▲집착 ▲조절의 어려움 ▲부정적 결과에도 계속 사용 등의 문제를 하나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게임·SNS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자주 일어나는 경우가 77.5%, 인터넷·게임·SNS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우가 72.5%였다. 이보다 심각하게 인터넷·게임·SNS를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는 61.8%, 신체·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인터넷·게임·SNS를 하게 되는 경우는 52.0%였다.
이런 문제가 있는 아동·청소년 가운데 29.4%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18.6%가 우울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 교수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대한 몰입이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정신건강 및 심리상태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통한 적절한 개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는 “자녀의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문제는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며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강압적으로 금지하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며 “자녀가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Clinic I-CURE 연구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조사·평가하는 코호트 연구다. 서울과 경기도 3개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사용 문제가 있는 아동청소년의 종합적인 심리인지 평가와 정신과 전문의 평가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