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가볍게 속이 더부룩해 불편한정도에서부터 배 전체가 쥐어짜듯한 심각한 통증까지 증상이 다양하다.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한결 나아진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속이 심하게 쓰리거나 배 통증이 심상치 않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가볍게 생각했다 큰 병을 키울 수 있어서다. 한국인 암 발병률 1위인 위암이 대표적이다. 위암은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식욕부진 같은 일반적인 복통과 비슷한 증상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생존율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복부에는 위를 비롯해 간·대장·콩팥·자궁 등 여러 장기가 오밀조밀 모여있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지웅 교수는 “복통은 의외로 왜 아픈지 알기가 까다롭다”며 “배가 언제부터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프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복통 증상별로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을 소개한다.
# 윗배가 메스껍고 소화가 잘 안 될 때
배 윗부분에는 간·담도(쓸개)·위·십이지장·췌장 등이 위치해 있다. 크게 오른쪽과 왼쪽으로 구분한다. 위는 왼쪽에 있다. 소화불량처럼 속이 메스껍고 더부룩하다면 위염을 의심한다. 위궤양은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통증이 주로 명치나 왼쪽 윗부분에서 등으로 퍼지는 듯 느껴진다면 췌장염일 가능성이 있다. 경미한 통증부터 심한 통증까지 강도가 다양하다.
심한 경우에는 소화불량·메스꺼움·발열·구토·황달 등을 동반한다. 식은땀을 심하게 흘리기도 한다. 대장에 가스가 찼을 때도 통증이 생길수 있지만 대부분 금방 사라진다.
오른쪽 윗배가 아프다면 담도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이 손상됐을 때도 이 부위에 통증을 호소한다. 담석을 의심할 수도 있다. 담석은 담즙 구성성분이 담낭이나 담관에서 돌처럼 굳어져 덩어리가 된 것을 말한다. 담낭 안에 돌이 있는 상태라 소화가 잘 안되고, 통증이 은근하게 나타난다.
# 아랫배가 갑자기 아플 때
아랫배에는 맹장·방광·전립선·나팔관·자궁 등이 있다. 오른쪽 아랫배가 갑자기 아프면 급성 맹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물론 맹장이라고 전부 급성통증이 오는 것은 아니다. 급성 맹장염은 정확하게 말하면 충수돌기염이다.
맹장 끝에 있는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겨 아랫배가 아프다. 처음에는 오른쪽 아랫배보다는 명치 부분이 체한 듯 거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화불량·메스꺼움 같은 일반적인 위장 증상을 동반하다가 하루이틀 후부터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간다. 위염이나 단순 위장질환으로 오해하기 쉬운 이유다.
급성 게실염도 급성 충수돌기염과 혼동하기 쉽다. 게실은 장 바깥쪽에 생긴 볼록한 겉주머니다. 용종이 장 안쪽에 생긴다면 게실은 그 반대다. 이 게실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아랫배가 아프다. 특히 한국인은 맹장이 있는 오른쪽에 게실이 많이 생긴다. 장에 구멍이 뚫린 상태인 천공 같은 합병증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대개 내과적 치료로 호전된다.
# 뱃 속이 비면 타는 듯 아플 때
식사를 한 후 만성적으로 아랫배가 아플 때는 신경성 경련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을 의심한다. 대개 장의 연동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아랫배가 아프다. 이럴 때는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면 경직된 부위가 풀어지면서 통증이 완화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만성적인 복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흔하다. 식사 후 주로 왼쪽 아랫배에 복부 팽만감과 함께 가스가 많이 차고 은근히 아프다. 변비·설사가 교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배변 후에는 통증이 줄기도 한다.
식사 전·후이나 새벽 무렵 공복인 상태에서 속이 쓰리듯 아프다면 위나 십이지장 궤양일 가능성이 많다. 주로 명치 부위에 통증을 호소한다. 속이 타는 듯하거나 칼로 베는 듯한 느낌을 호소한다. 공복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보통 식사 1~3시간 후에 나타난다. 잠을 자다가 새벽에 속이 쓰려 깬다. 음식을 먹거나 제산제를 먹으면 곧바로 좋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증상이 심하면 배에 천공이 생겨 응급수술을 할 수도 있다.
# 복부 전체가 쥐어짜듯 아플 때
복통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대장이나 소장이 막혀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대는 통증 부위가 일정하지 않고 복부 전체가 쥐어짜듯 아프다. 통증 자체도 5분이나 15분 간격으로 나타난다. 복통과 함게 위나 소장 같은 장기가 막혔다면 구토를 하기도 한다.
대장이 막혔다면 변비를 동반한다. 만일 통증이 심할 때 배를 눌렀을 때 더 심하게 아프다면 복통의 원인이 심각할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통증은 눌렀다고 압통을 동반하지 않는다. 다만 매우 심각한 신장·요로결석은 압통을 거의 느끼지 않아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