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14%는 '경도인지장애' 두려워 말고 조기 진단·치료 받으세요

박정렬 기자 2017.01.10 08:33

뇌 영상 촬영으로 치매 발전 가능성 예측 가능

주부 김모(75, 여)씨는 몇 년 전부터 "깜빡했다"란 말을 달고 살았다. 가스레인지를 끄지 않고 외출하거나, 장을 보러 가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또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건망증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김씨. 결국 집으로 가는길을 잊어 버리고 가족의 얼굴을 몰라보는 중증도 치매까지 접어들어 병원을 찾았고, 뒤늦은 약물 치료를 계획하고 있다.

 

건망증→경도인지장애→치매로 발전


치매는 인지기능(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 장애와 일상생활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때를 말한다. 하나의 병이 아닌 증후군(증상 복합체)이다. 깜빡하는 일이 잦고, 말이 어눌해져 치매가 의심되면 가장 먼저 받는 검사가 인지기능(경도인지장애) 검사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연병길(정신건강의학과) 센터장은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인지기능은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를 일반적인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과 혼동하는 경우도 그만큼 많다. 하지만 이를 일반적이라며 방치했다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실제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 중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됐으며 6년 후에는 10명 중 8명 가량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빠른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 2013~2016년 사이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은 환자 9만 7102명을 조사한 결과 14%인 1만 3470명이 경도인지장애였다. 환자 수는 2013년 521명에서 2014년 4214명, 2015년은 4300명, 2016년(10월 현재) 4435명으로 집계됐다.

 

치매 진단까지 다양한 과정 이뤄져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분하려면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와 빈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이현(신경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방금 있었던 일이나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스스럼없이 하던 일도 잘 못하고, 계산 실수가 잦아지면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치매에 대한 공포로 검사 자체를 미루거나 피하는 건 스스로 병을 키우는 일이다. 치매를 판정하기 까지는 수 많은 검사와 면담이 진행된다. 간이인지기능검사, 신경심리검사, 우울척도검사, 일상생활동작검사, 신경학적 검사, 혈액 검사, 뇌 영상 촬영 등 다양한 검사와 함께 가족이나 주변인과 인터뷰 등을 진행한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강재명(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MRI나 PET를 이용한 뇌 영상 촬영을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발전 가능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병길 교수는 “최선의 조치는 치매로 발전하기 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빨리 진단하고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항 치매약물을 통해 경도인지장애 때부터 관리하면 치매가 오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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