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다가선 치매 정복…10년 내 치료제 나올까

김진구 기자 2016.11.15 09:15

치매 치료제 개발 실패 딛고 성과 보이기 시작

   
 

치매는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유병률 9.8%)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68만 명 수준인 국내 치매 환자수가 2030년 127만명, 2050년 271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전체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직 이렇다 할 치료제조차 없다. 조기 발견과 예방이 최선인 상황이다. ‘치매 치료제’라는 이름을 달고 현재 네 가지 치료제가 판매 중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치료제라기보다 완화제에 가깝다.

 

롯데 신격호 회장이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에자이의 ‘아리셉트’를 비롯해 노바티스 ‘엑셀론’ 얀센 ‘레미닐’ 룬드백 ‘에빅사’는 신경전달물질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뇌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노화에 따라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이 단백질이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 쌓이면 주변의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전달물질을 추가하는 방법은 베타 아밀로이드의 신경전달물질 파괴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즉,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친다는 의미다.

 

베타 아밀로이드 차단이 치매 치료의 ‘열쇠’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베타 아밀로이드를 차단해야 한다. 세계 유수의 제약사 역시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거나 베타 아밀로이드를 공격하는 항체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개발에는 에자이,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이 뛰어들었다. 현재 총 9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 아리셉트를 개발하고 있는 일본의 에자이는 2020년 시판을 목표로 미국의 벤처회사인 바이오젠아이덱과 알츠하이머 신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일라이일리 역시 지난 2014년부터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는 2014년 말 치료제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가 지난해부터 임상시험을 재개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은 미국의 MSD가 시도하고 있다. 초기 단계지만 임상시험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최대 90%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돼 기대를 모은다.

 

MSD 관계자는 “현재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빠르면 2018년 늦어도 2022년엔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줄기세포·천연물신약 연구도 활발

 

국내 제약사는 줄기세포나 천연물 신약을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 목록을 보면 일동제약, 차바이오텍, 대화제약, 동국제약 등이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치매 전문 연구센터를 개설한 동아ST는 천연물 신약을 기반으로 한 치매치료제를 미국 하버드대 치매연구소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지금까지 수많은 제약사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를 경험삼아 최근에는 주목할 만한 연구도 꽤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몇 년 안에 치매를 완전히 정복할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다. 다만, 멀지 않은 미래에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인 치료제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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