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 빠진다? 문제는 적절한 스피드

이민영 기자 2016.12.22 08:52

채소→발효식품→식물성 단백질→동물성 단백질→탄수화물

과거 다이어트의 핵심은 식욕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전략적이다. 최근엔 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는 다이어트가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식사를 할 때 음식 종류에 따라 순서대로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샐러드 같은 채소를 먼저 먹고, 혈당치를 급격히 올리는 면·밥·빵 같은 탄수화물은 마지막에 먹는다. 스테이크를 예로 들면 ‘샐러드의 채소-채소 절임(발효식품)-된장국(식물성 단백질)-햄버거스테이크(동물성 단백질)-매시드포테이토(탄수화물)-밥(탄수화물)‘ 순으로 먹어야 한다. 음식의 양이나 칼로리와는 무관하게 먹는 순서만으로 살을 뺄 수 있을까.


혈당치 조절하면 살이 빠질까

혈당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말한다. 혈당치는 음식을 먹고 나면 급격하게 증가한다. 인슐린은 혈당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도록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혈당은 식후 한 시간쯤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서서히 떨어진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어 혈당이 갑자기 높아지면 인체는 혈당을 빨리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을 한꺼번에 많이 분비한다.

 

인슐린이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리면 인체는 극심한 배고픔을 느낀다. 이때 찾게 되는 게 혈당을 빨리 높이는 빵·과자 같은 음식이다. 반면 당 지수가 낮은 채소 등은 혈당을 완만히 조절하므로 식욕이 과도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인슐린 분비 많으면 체중조절 어려울까

인슐린은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호르몬이다. 따라서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비만 조절에 어려움이 따른다.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채소를 먼저 먹으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채소·단백질 사이에 먹는 발효식품 효과는

학계에서 나온 명확한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발효식품에 소화를 돕는 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소화액을 활발히 분비시키므로 단백질·탄수화물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될 수 있다.

 

단백질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먹는 까닭
인슐린이 분비될 때 단백질 성분이 많아야 당을 에너지로 소비하고, 중성지방이 많으면 당이 몸에 축적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슐린으로 인해 혈당이 지방으로 바뀌는 건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비만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단백질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먹는 건 단백질이 지방으로 잘 변하지 않는 영양소이고, 탄수화물보다 포만감을 더 잘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밥을 먹을 때 채소를 먼저 먹으라는 건 위에 공복감을 줄여주기 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채소를 먹은 다음 단백질을 먹는 것도 포만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어떤 음식이라도 순서만 지키면 될까
순서만 지킨다고 무조건 살이 빠지는 건 아니다. 먼저 식사 속도에 주의한다. 빨리 먹으면 효과가 없다. 위에 음식이 들어간 다음 포만감을 유발하는 신호가 뇌에 전달되기까지 20분 이상 걸린다.

 

오사카시립대 이마이 사에코 교수팀은 식사를 할 때 탄수화물보다 채소를 먼저 먹는 것만으로도 최대 절반 이하까지 혈당치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도 식사를 빨리 하면 혈당치 억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지수가 낮은 식품을 먼저 먹으면 …

당 지수만을 맹신하는 것도 삼간다. 당 지수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지방이다. 채소라도 기름에 볶고 무쳐 먹거나 드레싱을 잔뜩 뿌리면 소용이 없다. 또 탄수화물과 채소를 같이 먹으면 혈당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늦춘다.

 

당 지수에도 함정이 있다. 당 지수와 칼로리는 별개 문제다. 예컨대 고구마가 감자보다 당 지수는 낮지만 칼로리는 높다. 유제품은 당 지수가 낮지만 설탕을 넣어 칼로리가 높고, 유지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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