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은 뇌에 분포하는 혈관이 막혀 뇌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표정이 굳어지거나 웃을 때 한쪽 입고리만 올라가는 전조증상이 있다.
길을 걷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절뚝거리거나 주저앉게 되고,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전조증상으로 나타난다. 평소보다 어지럽거나 말을 갑자기 더듬게 돼도 뇌경색을 의심한다.
그러나 뇌의 큰 혈관이 아닌 작은 혈관이 막히면 이런 증상이 없어 더욱 위험하다. ‘무증상 뇌경색’은 당장은 증상이 없어 건강해보이지만, 향후 뇌졸중·치매가 갑자기 나타날 위험이 크다. 뇌경색 환자 10명 중 3~5명은 이러한 무증상 뇌경색을 의심한다.
지금까지는 뇌MRI를 제외하곤 무증상 뇌경색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당뇨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슐린 저항성’이 증상 없는 뇌경색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은·박진호,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권형민 교수팀은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2326명의 뇌MRI 및 혈액검사 결과를 활용해 인슐린 저항성과 무증상 뇌경색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이 인슐린 저항성이 무증상 뇌경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걸 처음 밝힌 연구다.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무증상 뇌경색이 나타날 확률이 69%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생긴 뇌 조직의 개수가 2개 이상 발견될 확률은 76%나 높았다.
원래 혈관은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어하는 기능이 있다.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지면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 뇌 소혈관에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무증상 뇌경색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주로 복부 비만이 있는 성인에게서 나타나며, 당뇨병과 같은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권형민 교수는 “현재까지 고혈압과 당뇨병이 열공성 뇌경색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 인슐린 저항성 자체가 뇌의 소혈관에 동맥경화를 일으켜, 열공성 뇌경색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진호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은 복부비만, 과도한 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의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긴다”며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면, 열공성 뇌경색 환자들도 뇌경색과 이로 인한 인지기능의 저하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뇌졸중 학술지인 ‘Strok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