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아무리 튼튼해도 제대로 삼킬 수 없다면 산해진미도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꿀꺽’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음식을 씹어서 삼키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각기 다른 30가지 근육과 신경이 정교하게 관여한다. 먼저 음식을 씹어 잘게 쪼갠 후 침과 섞어 삼키기 좋은 형태로 만든다. 이어 혀가 음식물을 입천장으로 밀어 올리면서 목(인두)으로 보낸다. 이때 ‘삼킴반사(swallowing reflex)’가 일어난다. ‘꿀꺽’ 하는 순간이다.
0.5~1초에 불과한 삼킴반사를 위해 많은 기능이 기계처럼 동시에 작동한다. 목 앞쪽의 작은 뼈가 위쪽으로 움직이고, ‘후두(喉頭)’라는 부위가 함께 끌려 올라간다. 여기에 연결된 후두덮개는 기도를 막고 식도를 연다. 동시에 주위 근육이 수축해 음식을 식도로 넘긴다. 식도에 들어온 음식물은 식도 괄약근이 쥐어짜듯 차례로 수축한 끝에 위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연하(嚥下)장애로 이어진다. 연하장애는 그 자체로도 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만, 영양결핍이나 탈수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 더 문제다.
가장 위험한 부작용은 ‘흡인성 폐렴’이다. 식도로 넘어가야 할 음식물이 기도를 통해 폐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어린이·환자는 흡인성 폐렴에 걸리기 쉽다.
우리 몸은 원래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기침이란 기능을 작동시켜 이를 재빨리 뱉어내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연하장애가 심해지면 ‘기침 반사’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흡인성 폐렴 위험을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는 “흡인성 폐렴은 노인과 병원 입원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이라며 “이물질이 폐로 넘어간다고 무조건 폐렴이 되는 건 아니지만, 연하장애가 반복되면 의외로 쉽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노인 셋 중 하나는 연하장애
문제는 연하장애를 앓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 3명 중 1명이 연하장애를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백남종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의 33.7%가 삼킴 기능이 저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골관절염 및 류머티스 관절염(33.4%), 우울증(33.1%)과 유병률이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많은 노인이 연하장애를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기엔 음식을 삼켜도 목에 남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식사 중 혹은 식사 후에 기침이나 목 메임이 잦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목소리가 변하기도 한다. 이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능이 더 빨리 악화된다.
증상이 매우 심해지면 정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코를 통해 관을 삽입하거나 가슴에 구멍을 내고 위에 직접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고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편성범 교수는 “삼키는 데 어려움을 느껴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많지 않다”며 “연하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대부분은 이미 폐렴 증세가 심해져서 병원에 입원한 경우”라고 말했다.
음식 점도 조절해 기도 흡인 막아야
비교적 증상이 가볍다면 음식의 점도를 조절하거나 자세를 교정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물처럼 묽은 액체일수록 삼키기 어렵고 기도로 잘못 들어갈 우려가 크다.
전분이나 녹말가루를 섞어 죽처럼 걸쭉하게 만들면 삼키기 쉬워진다. 연하장애 환자를 위한 점도증진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부서지기 쉬운 과자나 튀김 종류는 흡인 위험을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 먹는 속도나 양을 조절해 사레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허리를 곧게 펴고 고개를 숙이면 삼키는 게 쉬워진다. 컵으로 물을 마시면 고개가 젖혀지는데, 흡인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대신 숟가락으로 떠서 마시거나 빨대를 이용해서 삼킨다.
평소 누워서 고개만 들어 발끝을 바라보는 목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목 근육을 발달시켜 기능을 향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