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상온에 둬도 상하지 않아..."라이소자임 덕분"
포진바이러스에 의한 피부 감염 예방에도 효과적
계란 흰자에 풍부한 라이소자임(lysozyme)이 극소량으로도 대표적인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을 제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라이소자임은 계란ㆍ우유 등 동물성 식품에서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
경상대 수의대 이후장 교수팀은 계란 흰자의 라이소자임이 살모넬라 식중독균에 대해선 항균(抗菌) 효과, 쥐의 살모넬라 감염증에 대해선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계란 흰자에 든 라이소자임은 1㎖당 600㎍의 낮은 농도로도 살모넬라균을 죽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난백 유래 라이소자임의 마우스 살모넬라증에 대한 항균 및 치료 효과)는 대한수의사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라이소자임은 계란 흰자 단백질의 3.5%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살균효과를 갖고 있어서 사람과 동물의 의약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식품에 보존제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2011∼2015년 새 살모넬라균 식중독 사고가 83건으로 집계돼(환자 3520명), 세균성 식중독 중 병원성 대장균 다음으로 발생 빈도가 높았다(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 미국에선 해마다 100만명이 살모넬라 식중독에 걸리고 이중 35만명이 입원하며 400여 명이 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대 동물생명과학대학 이성기 교수(한국축산식품학회 회장)는 13일 서울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계 계란의 날’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계란을 상온에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며 “껍질이 미생물 침투가 어려운 구조인데다가 흰자의 라이소자임을 비롯해 노른자의 면역단백질 등 항균ㆍ살균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흰자의 라이소자임에 특히 약한 세균으론 살모넬라균 외에 브루셀라균ㆍ이질균ㆍ대장균ㆍ리스테리아균ㆍ황색 포도상구균 등이 꼽힌다. 바이러스도 활성을 잃게 한다. 라이소자임은 페니실린의 발견자인 영국의 플레밍이 1922년 처음 찾아냈다.
이 교수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라이소자임을 과일ㆍ채소ㆍ고기ㆍ우유ㆍ계란 같은 식품에 넣기도 한다”며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아 유아용 식품에도 첨가한다”고 소개했다.
라이소자임은 치주염ㆍ구강염 예방 효과가 있어 일부 껌ㆍ가글액ㆍ치약 등에도 들어간다. 포진바이러스ㆍ수두바이러스 등 자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맹위를 떨치는 바이러스에 의한 피부감염의 예방ㆍ치료에도 유용하다. 라이소자임이 암의 성장을 억제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라이소자임이 만성 기관지염ㆍ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 부비동염(축농증)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며 “서양에서 감기ㆍ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나 식중독이 유행할 때 계란 섭취를 권하는 것은 계란에 풍부한 라이소자임의 항균 효과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