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추석과 나들이 등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날 일이 느는 때다. 흔히 멀미약을 복용하곤 하는데, 사람에 따라 멀미약이 급성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안압 상승 위험 높여 급성 녹내장 발생
시신경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자극을 받아들여 뇌로 전달한다. 이 시신경에 손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녹내장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안압(안구의 압력)의 상승으로 인하여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류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종류는 다양하다. 이 중,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안구 뒤 쪽 압력이 갑작스럽게 높아져 홍채가 각막 쪽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홍채 뒤쪽의 모양체라는 조직에는 매일 '방수'가 조금씩 생성돼 압력을 조절하는데, 홍채가 이동하게 되면 방수가 배출되는 통로가 막히는 결과를 초래해 안압이 갑작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안압이 정상범위(10~21mmHg)보다 급격하게 높아지면 환자는 시력의 감소, 충혈, 두통 등의 증상을 느끼게 되며 심한 경우 오심, 구토 및 심한 안구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멀미약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다. 멀미약은 스코폴라민이라는 항콜린성 약품이나 염산메클리진, 디멘히드리네이트 등의 항히스타민 제제를 주성분으로 한다. 만일 홍채가 이미 앞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멀미약의 성분이 전신에 흡수되면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항히스타민제제를 포함하고 있는 종합감기약이나 항우울제 등 자율신경계에 작용하는 약품, 식욕 억제제 등의 약품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잇어 주의해야 한다.
▲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안과 박가희 교수가 환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박가희 교수는 "멀미약, 항우울제, 식욕억제제 등의 약품은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미리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출처 순천향대 부천병원] |
정기적 안과 검진, 빠른 치료 중요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미리 예측할 수 있다. 평상시에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이러한 약품을 복용하기 전에 안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는세극등 현미경 검사와 전방각 측정 검사 등이 있다. 이 경우, 레이저를 이용해 홍채에 구멍을 내는 '레이저홍채절개술'을 시행해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유발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일단 급성 녹내장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신속하게 병원에 내원하고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두통, 안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내원할 경우, 안압하강제 점안과 고삼투압제 주사치료 등의 처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안압이 내려간 후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홍채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방수의 순환 및 배출을 돕는다. 약물 및 레이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는 수정체를 제거하거나 방수 유출로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섬유주절제술 등 수술적 치료를 통해 방수가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안과 박가희 교수는 "급성 녹내장은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치료를 받아야 각막과 홍채, 시신경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초기 안압 상승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충혈, 시력장애, 두통 등의 증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멀미약, 종합감기약, 항우울제 등의 약품들을 복용하는 경우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오남용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