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0개월 된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낮에는 고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는데 옛날 분이라 그런지 포대기에 아이를 업어 키우십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 다리가 O자형으로 된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A.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모른다’입니다. 의학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들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양다리를 벌려 어른 몸통에 딱 붙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겁니다. 실제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아기들의 O자형 다리 비율이 유독 높다고 하니 연관성을 따져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안는 게 가장 좋을까요. 아기 다리가 M자형(개구리 다리 모양)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뒤로 업는 포대기 대신 앞으로 안는 아기띠를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아기 다리가 M자형이 되도록 설계돼 나온 제품이 좋습니다. 대퇴부 골두(허벅지뼈의 가장 윗부분, 골반뼈와 이어지는 부위)가 골반 뒤쪽으로 향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골반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 다리 변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선천적으로 골반 모양이 이상한 아이도 다리를 M자형 모양으로 유지하게 함으로써 골반 형태를 바로잡습니다.
그런데 M자형으로 안고 다니는데도 아이 다리가 O자형이라고 고민하는 분이 꽤 계실 겁니다. 사실 아이 다리는 24개월까지 O자형이 정상입니다. 엄마 뱃속에서 오랫동안 O자형으로 있었으므로 생후 24개월까지 굽은 모양이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 후 점차 무릎과 무릎 사이가 붙는 X자형으로 변하고, 만 4세 이후부터 정상인 ｜｜자 모양이 됩니다.
그런데 만 4~5세가 훨씬 넘었는데도 여전히 O자이거나 X자 모양이라면 한번쯤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보통 수술로 바로 잡습니다. 양다리 바깥쪽 성장판을 살짝 잡아줘 안쪽이 더 자라도록 유도하고, 심할 경우 뼈에 금을 내 돌려 맞추는 수술을 합니다. 하지만 기능에 크게 이상이 없고, 미용상 약간 보기 싫을 정도라면 수술은 권하지 않습니다.
미용적 치료를 위해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간혹 일부 개원가에서 보조기로 O자형 다리를 바로잡는다고 광고하는데,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보조기로 정상인 뼈가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뼈는 그대로 있는데 연골과 관절만 움직이려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이 다리를 예쁘게 하는 드라마틱한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선천적인 요소가 90% 이상입니다. 발레 등 스트레칭을 많이 하는 운동을 시켜 다리 근육을 예쁘게 잡아주는 것 정도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입니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이동훈 교수,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이순혁 교수